기업의 사회적 역할이 날로 확대되고 있다. 특히 평판은 기업의 가치와 미래를 엿볼 수 있는 중요한 도구다. 기업과 CEO의 좋은 평판은 오랜 기간 체계적인 관리가 이뤄져야 하는 만큼 쉽지 않다. 반면 나쁜 평판은 한순간 기업의 이미지를 훼손하면서 그간 쌓아온 성과를 허물어버린다.
<알파경제>는 연중기획으로 이정민 평판체크연구소장과 함께 국내 기업과 CEO들의 다양한 이슈를 학술적 이론을 접목해 풀어내고자 한다. 이를 통해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기업과 CEO의 평판을 체크하는 동시에 해당 기업의 가치와 미래 등도 짚어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지난달 25일 식품의약품안전처가 판매 1위 해열제 동아제약 챔프시럽 제품에 대한 강제회수 조치를 취했다.
식약처에 따르면 해당 제품은 만 1세부터 복용하는 아세트아미노펜 성분 어린이 해열제로 진균이 기준치보다 초과 검출됐다. 진균 초과 검출은 의약품이 제조 과정에서 곰팡이와 같은 미생물에 오염되었고 품질 부적합을 의미한다[1].
식품의약품안전처 (사진=식약처) |
◇ 동아제약 챔프시럽, 진균에 품질 부적합...식약처 “긴급회수” 명령
품질 부적합 판정에 식약처는 동아제약 챔프시럽 제조와 판매를 잠정 중지시키고 대체 의약품 전환을 권고하는 긴급조치를 내렸다.
품질에 문제 있는 약을 아픈 아이들에게 먹여온 부모들의 충격과 배신감이 크다.
아울러 동아제약은 식약처 명령에 따라 챔프시럽 등 제품을 전량 회수하고 반품과 환불 처리 중이다. 그러나 신속한 사과문이 없었다는 점에서 소비자에 대한 진심 어린 사과와 책임의식이 부족하다는 논란이 있다.
동아제약 챔프 시럽 (사진=동아제약) |
◇ 의약품 리콜 원인, 챔프시럽과 같은 진균오염
의약품 리콜의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는 챔프시럽과 같은 진균 오염이다.
미국 FDA 리콜 제품을 조사한 연구에서 진균 오염은 60%를 차지했고, 이는 대부분 재료 공급과 제품, 생산 공정상의 제조문제로 나타났다[1].
이러한 제조 공정상 문제는 경영진의 전략적 관리에 따른 것이다[8].
기업은 개발과 판매 제품에 대한 경쟁적 전략 관리를 한다. 이는 시장에서 경쟁사 경쟁뿐만 아니라 기업 내 제품 간 경쟁을 통해 제품 간 지원과 관리를 타당하게 조화시켜 취급하는 것을 의미한다.
매출이 큰 주력 제품을 우선 지원⋅관리하고 상대적으로 매출이 적은 제품을 차선으로 관리하는 것도 이에 포함된다.
제품 경쟁 전략은 경영에 효율성을 가져다주나 비주력 제품의 품질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특히 제약 제품의 경우, 경쟁에 마케팅 우위와 신속까지 우선시하게 되면 의약품 품질이 손상될 수 있다[9].
동아제약 강제 회수 대상 제품. (자료=삭약처) |
◇ 리콜, 기업 위기...영·유아 의약품 리콜, 더 큰 위기로 작동
동아제약처럼 결함이 있거나 위험한 것으로 판명된 제품을 회수하는 리콜(recall)은 기업의 위기로 작용한다[2].
기업은 제품을 수거하고 환불하는 비용만으로도 상당한 재정적 손실을 본다. 또 기업 이미지와 평판이 손상되면서 소비자 신뢰를 잃어 시장 경쟁력을 잃어버리게 되는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3].
더욱이 사람들의 건강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는 식품 및 의약품, 그 중에서도 주요 섭취 대상자가 어린이의 경우는 리콜이 기업의 더 큰 위기로 작용하게 된다.
일례로 중국 싼루(Sanlu) 그룹은 오염된 분유를 제조와 판매하다 기업 임원들이 구속되고 건강 책임 청구가 증가해 파산하는 등, 어린이 대상 식의약품에 대한 사회적 민감도와 엄격성이 더 강하다[4].
동아제약 (사진=동아제약) |
◇ 동아제약, 챔프시럽 리콜로 회사 전반에 불신·불만 확산
영유아 의약품인 챔프시럽 역시 품질 부적합 문제가 동아제약 전반에 대한 불신과 사회적 불만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의약품 리콜은 일반 소비자뿐 아닌 의사·약사와 같은 의료인의 인식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전반적인 방어적 행동을 취하게 한다[5].
동아제약의 경우, 아세트아미노펜 성분 챔프시럽의 리콜로 인해 소비자와 의료인은 챔프시럽 전 라인 제품을 불매하거나 꺼려할 수밖에 없다. 더 나아가 판피린과 같은 유사제품 혹은 관련이 없는 의약품에도 불신을 갖게 될 가능성이 높다.
연구에서는 동아제약 제품 리콜에 따른 소비자 불신이 장기적일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한다.
또한 기업 재무와 성장에 악영향을 미쳐 미래 제품 안전성을 저하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결과로 품질 부적합률을 높아져 향후 리콜 빈도도 증가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3,6].
동아제약의 홈페이지에는 챔프 시럽 강제회수 조치에도 별다른 사과문은 보이지 않는다. (사진=동아제약 홈페이지 캡처) |
◇ 일절 사과 없는 동아제약, 부정적 평가와 불신↑
다수의 연구에서 소비자의 신뢰와 부정적 평판은 기업의 대응 시간과 관계가 깊은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에서 기업이 제품 위험성과 리콜에 대한 사과와 대처가 신속할수록 소비자는 기업이 진지하고 책임감 있게 대응한다고 여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대로 동아제약처럼 사과와 대처가 지연될수록 소비자는 기업을 더 부정적으로 평가하고 불신하는 것으로 나타났다[7].
현재 동아제약이 소비자들의 불만을 신속히 대응하지 못했다는 평판이 있는 바, 챔프시럽 사태로 인한 소비자의 불신과 부정적 영향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있겠다.
동아제약의 박카스 (사진=연합뉴스) |
◇ 문제의 챔프시럽, 성장성 비해 매출 비중 미미
일반의약품 전문기업인 동아제약은 과거 어린이 해열제 시장의 후발주자였으나 편리한 파우치 형태의 챔프시럽을 출시하면서 시장점유율을 확대하는 중이었다.
마케팅과 경쟁을 통해 시장점유율 1위를 이룬 와중, 코로나19 특수 여파로 판매가 급증하면서 평균 50억 원대 매출은 134억 원을 기록하는 등 163.4%의 상당한 성장세를 보였다.
그러나 동아제약 내 챔프시럽의 입지는 작다고 할 수 있었다.
동아제약은 코로나 시기 사업 전 부문이 성장하면서 매출액이 전년 대비 24.2% 증가한 5430억 원을 기록했다. 또 동아제약의 지분 100%를 소유한 지주사 동아쏘시오홀딩스는 매출 1조원을 넘어섰다.
또한, 동아제약 내 가장 큰 매출원은 유명한 박카스(2022년 2497억 원)이다. 뒤이어 아세트아미노펜 성분을 포함한 전 연령 감기약 판피린(373억 원), 소화제 베나치오(152억 원), 건강기능식품 오쏘몰(655억 원) 등도 챔프시럽보다 매출이 높다.
강정석 동아쏘시오그룹 회장(왼쪽)과 백상환 동아제약 대표이사 사장 (사진=동아쏘시오그룹) |
◇ 백상환 등 경영진, 전략적 차원에서 공식사과 안 한 듯
앞서 언급 바와 같이 동아제약 내 챔프시럽에 대한 상대적 중요성이 낮은 데 비해, 판매는 급증하면서 지원과 관리가 제대로 뒷받침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선행연구를 종합해 볼 때, 챔프시럽 사태는 백상환 대표를 포함한 동아제약 경영진들의 전략적 관리로 인한 결과로 비춰진다.
리콜 강제 명령에도 불구하고 일절 무대응으로 일관하는 등 소비자 대응 미흡의 책임 역시 이들에게 있는 것으로 사료된다.
동아제약은 이 사태의 엄중함을 다시 한번 인식한 뒤 공식 사과 등 재발방지 약속을 공개적으로 천명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제약기업의 기본 윤리에 해당하는 의약품 안전을 위한 제조공정을 강화하고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할 것으로 보인다.
[1] Jimenez, L. (2007). Microbial diversity in pharmaceutical product recalls and environments. PDA Journal of Pharmaceutical Science and Technology, 61(5), 383-399.
[2] Dawar, N., & Pillutla, M. M. (2000). Impact of product-harm crises on brand equity: The moderating role of consumer expectations. Journal of marketing research, 37(2), 215-226.
[3] Dai, B., Nu, Y., Xie, X., & Li, J. (2021). Interactions of traceability and reliability optimization in a competitive supply chain with product recall. European Journal of Operational Research, 290(1), 116-131.
[4] Custance, P., Walley, K., & Jiang, D. (2012). Crisis brand management in emerging markets: Insight from the Chinese infant milk powder scandal. Marketing Intelligence & Planning, 30(1), 18-32.
[5] Bala, R., Bhardwaj, P., & Chintagunta, P. K. (2017). Pharmaceutical product recalls: Category effects and competitor response. Marketing Science, 36(6), 931-943.
[6] Kalaignanam, K., Kushwaha, T., & Eilert, M. (2013). The impact of product recalls on future product reliability and future accidents: Evidence from the automobile industry. Journal of Marketing, 77(2), 41-57.
[7] Magno, F. (2012). Managing product recalls: The effects of time, responsible vs. opportunistic recall management and blame on consumers’ attitudes. Procedia-Social and Behavioral Sciences, 58, 1309-1315.
[8] Körber, M., & Cotta, D. (2021). Supply chain in the C-suite: the effect of chief supply chain officers on incidence of product recalls. Supply Chain Management: An International Journal, 26(4), 495-513.
[9] Ball, G. P., Shah, R., & Wowak, K. D. (2018). Product competition, managerial discretion, and manufacturing recalls in the US pharmaceutical industry. Journal of Operations Management, 58, 59-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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