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사회적 역할이 날로 확대되고 있다. 특히 평판은 기업의 가치와 미래를 엿볼 수 있는 중요한 도구다. 기업과 CEO의 좋은 평판은 오랜 기간 체계적인 관리가 이뤄져야 하는 만큼 쉽지 않다. 반면 나쁜 평판은 한순간 기업의 이미지를 훼손하면서 그간 쌓아온 성과를 허물어버린다.
<알파경제>는 연중기획으로 이정민 평판체크연구소장과 함께 국내 기업과 CEO들의 다양한 이슈를 학술적 이론을 접목해 풀어내고자 한다. 이를 통해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기업과 CEO의 평판을 체크하는 동시에 해당 기업의 가치와 미래 등도 짚어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이하 한국타이어)가 경영 악재로 흔들리고 있다.
한국타이어는 지난 9일 횡령과 배임 등 혐의로 조현범 회장이 검찰에 구속된 가운데, 12일에는 제품 생산의 핵심기지 대전공장에 사흘간 화재로 수백억 원 대의 피해가 발생했다.
한국타이어는 앞서 게릴라성 파업 중인 노조와의 협상을 제대로 마무리 짓지 못한 생산 리스크도 지니고 있다.
조현범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회장 (사진=연합뉴스, 알파경제) |
◇ 한국타이어, 힘든 시장 속 오너리스크 등 겹쳐 최악상황
미·중 갈등과 고금리·고물가로 어려운 시장 환경 속에서 노조 리스크에 오너 리스크, 대규모 화재까지 연속되는 악재로 한국타이어 최악의 위기 상황으로 평가되고 있다.
한국타이어의 가장 큰 어려움은 회장 조현범의 오너 리스크이다.
총수 리더십 부재는 현 위기 상황 극복에 불안 요소로 작용하고 경영 위축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CEO의 위법 행위는 재정적 손실을 야기하고 기업 가치를 저하시키는 이슈인데다 기업 지배구조의 비효율성을 반영하는 심각한 문제이다[1].
조현범처럼 위법행위를 저지르는 경영자는 자기 이익만을 위해 비효율적인 지배구조를 구축하고 부정적인 경영 행위를 한다[2,3].
계열사 부당지원 및 횡령·배임 의혹을 받는 조현범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회장이 8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 조현범, MKT 불공정거래로 사적이익 극대화
위법을 저지르는 부정적 경영 행위자들은 현금 흐름성이 느린 취약한 재무구조나 특수관계자(오너일가) 거래, 이익조정 등으로 기업 자원을 부당하게 활용할 환경을 만든다. 이들은 또 CEO를 제재할 수 있는 이사회나 감시기구의 영향력을 저하시킨다[2,3].
그리고 지배주주 경영자로써 기업의 자산과 이익을 자신의 것으로 전환시키려는 다양한 범죄를 일삼는다[4,5]. 관련해 한국타이어 회장 조현범은 공정거래위반과 자금 대여 배임, 개인 횡령 형태의 사적이익(터널링) 범죄 혐의가 있다.
조 회장은 지난 2014∼2017년 한국프리시전웍스(MKT)의 타이어 몰드를 한국타이어가 경쟁사보다 높은 가격으로 구매토록 한,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다.
이는 지배주주 소유 지분이 낮은 계열사(한국타이어)로부터 소유지분이 높은 계열사(MKT)로 부를 억지로 이전시켜 사적 이익을 극대화한 터널링의 한 형태이다[5].
MKT 지분율은 한국타이어 50.1%, 조현범 회장 29.9%, 조현식 한국앤컴퍼니 고문(조현범 형) 20.0%로, MKT가 부당 지원으로 이익을 올리면 지배주주인 조 회장이 더 높은 배당금을 챙길 수 있는 구조다.
지난 2015~2017년 조현범은 MKT 배당금으로 65억 원을 지급받았다. 한국타이어에서는 생산비용 절감과 경쟁력 제고의 기회가 박탈되고 일반 주주들의 가치는 훼손된 것으로 유추된다[5,6].
12일 대전 대덕구 한국타이어 공장에서 난 화재로 발생한 연기와 화염이 하늘로 치솟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 조현범, 개인 외제차 구입 같은 단순횡령 등 최악의 터널링 행태
또한, 조현범 회장은 2020~2021년 자동차 부품 제조사인 리한의 경영 사정이 좋지 않다는 것을 알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현범은 개인적인 친분이 있는 리한 박지훈 대표에게 계열사 한국프리시전웍스(MKT) 자금 약 130억 원을 빌려준 배임 혐의를 받고 있다.
비즈니스 타당성 없이 타 기업에 자금을 대여하는 것은 손실을 야기하며 주주들에게 심각한 부정적 경제적 결과를 초래한다[7].
게다가 연구에서 수익성이 낮은 기업에 대한 자금 대여는 내부자 사적 이익에 활용되는 터널링의 주된 형태로 나타났다[4,7]. 조현범은 알려지지 않은 개인적인 이익 추구를 고려해 리한에 자금 대여를 시행했을 가능성이 있겠다.
이외로 조 회장은 외제차 구입과 같이 회삿돈 수십억 원을 개인적으로 사용한 횡령 혐의를 가지고 있다.
이러한 단순 횡령은 터널링 형태 중에서도 가장 최악의 행위이자 개인 인격을 반영하는 문제 행위로 분류된다[5,8]. 기업과 자원을 자신의 것으로 착각하고 착취적인 리더십을 보여 기업과 조직을 위기에 빠뜨리는 행위이기도 하다[8].
하청업체로부터 뒷돈을 받고 회사 자금을 빼돌려 거액을 챙긴 혐의를 받는 당시 조현범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대표가 2019년 11월 21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 반복되는 회장 비리, 경영·인적 시스템의 근본적 부실 의미
조현범 회장의 구속은 이번이 두 번째로 2019년 대표이사 시절에 하청업체로부터 납품 대가로 약 6억 원의 비자금을 조성하고 계열사 자금 약 2억 원을 횡령하여 처벌받은 전적이 있다.
이렇듯 반복되는 비윤리적 범죄의 원인에는 조현범 자신의 문제가 가장 크지만, 기업 내 다른 경영진과 주변 관계자의 문제도 상당히 작용한다.
연구에서 위법 행위와 같은 사건으로 CEO가 공석이 된 경우, 기업 조직은 더 오만한 경영진을 CEO로 두거나 향후 해당 CEO 복귀시키는 경향이 나타났다[9]. 이는 기업이 직면하는 불안정한 상황을 대처하고 도전할 외부 경영자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조 회장이 한국타이어를 또다시 리드해 간다면, 한국타이어의 주요 경영진들은 조직원 의견과 관점이 반영되는 성실한 문화를 조성하고 지배주주를 제재할 내부통제를 강화해야 할 것이다.
조현범 역시 자신의 비윤리성을 반성하고 진정한 기업가치 향상을 위해 스스로를 변화시켜야 할 것이다.
연구에서 조직 내 힘의 균형을 촉진하기 위한 연합을 강조하는 바, 기업 지배구조 개편과 당국의 제재도 필요할 수 있겠다[9].
출처
[1] Van Scotter, J. R., & Roglio, K. D. D. (2020). CEO bright and dark personality: Effects on ethical misconduct. Journal of Business Ethics, 164, 451-475.
[2] Beasley, M. S. 1996. An empirical analysis of the relation between the board of director composition and financial statement fraud. The Accounting Review, 71(4), 443-465.
[3] Beasley, M. S., J. V. Carcello., and D. R. Hermanson. 2000. Fraudulent financial reporting: consideration of industry traits and corporate governance mechanisms. Accounting Horizons, 14(4), 441-454.
[4] Selcuk, E. A., & Sener, P. (2018). Corporate Governance and tunneling: Empirical evidence from Turkey. Economics Bulletin, 38(1), 349-361.
[5] Johnson, S., La Porta, R., Lopez-de-Silanes, F., & Shleifer, A. (2000). Tunneling. American economic review, 90(2), 22-27.
[6] M. Y. Paek (2019). Emprirical Study on Tunneling using Internal Transaction Data of Korean Chaebol. Seoul National University Ph.D dissertation.
[7] Jiang, G., Lee, C. M., & Yue, H. (2010). Tunneling through intercorporate loans: The China experience. Journal of financial economics, 98(1), 1-20.
[8] Schmid, E. A., Pircher Verdorfer, A., & Peus, C. V. (2018). Different shades—different effects? Consequences of different types of destructive leadership. Frontiers in psychology, 9, 1289.
[9] Allio, R. J. (2007). Bad leaders: How they get that way and what to do about them. Strategy & Leadership, 35(3), 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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