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사회적 역할이 날로 확대되고 있다. 특히 평판은 기기업의 가치와 미래를 엿볼 수 있는 중요한 도구다. 기업과 CEO의 좋은 평판은 오랜 기간 체계적인 관리가 이뤄져야 하는 만큼 쉽지 않다. 반면 나쁜 평판은 한순간 기업의 이미지를 훼손하면서 그간 쌓아온 성과를 허물어버린다.
<알파경제>는 연중기획으로 이정민 평판체크연구소장과 함께 국내 기업과 CEO들의 다양한 이슈를 학술적 이론을 접목해 풀어내고자 한다. 이를 통해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기업과 CEO의 평판을 체크하는 동시에 해당 기업의 가치와 미래 등도 짚어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둔 SK이노베이션이 새로운 성과급 지급방식으로 내부적인 비난에 시달리고 있다.
SK그룹 등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 등은 지속가능경영(ESG)의 가치가 부여된 새로운 성과급 지급기준을 내놨다. 그 여파로 전 계열사에 지급되던 성과급은 올해부터 계열사 부문별로 차등 지급되면서 말썽이 난 상태다.
김준 SK이노베이션 부회장과 최재원 SK온 수석부회장 (사진=SK) |
◇ SK이노 새 기준, 성과급 ‘지연과 축소’로 가닥
새 성과급 기준은 재무성과와 함께 탄소저감, 친환경 실천 등 기업가치 성과(LTI), 주가(VS)를 연동하고 중장기 실적감안(STI) 등 복잡한 산정방식을 따른다.
새 기준은 또 3년 후 평가(LTI) 혹은 3년 후 지급(STI)과 같이 성과급 지급을 지연시키는 방향인 것으로 드러났다.
결국 과거 영업이익만으로 산정했던 지급액보다 규모가 축소될 수밖에 없는 구조인 것으로 확인됐다.
2022년 역대 최대 이익을 달성한 SK에너지 R&S(석유 정제사업 부문), 석유사업 자회사인 SK엔무브는 기본금의 800%의 성과급이 책정됐다.
하지만 적자를 낸 SK온과 SK지오센트릭,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는 성과급이 제로였다.
현대모비스 노조원들이 2월 22일 서울 강남구 현대모비스 본사 1층에서 격려금 인상을 요구하며 점거 농성을 벌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 오너 최재원, 위로금 등으로 미봉
별안간 바뀐 기준에 따른 성과급 지급에 직원들의 불만이 쇄도했다. 특히, 성과급이 없거나 적은 계열사 직원들은 불공정함을 주장했다.
비슷한 시기 성과급 문제로 현대자동차 계열사인 현대모비스 직원들이 사옥 점거 농성을 며칠째 이어가는 사건마저 발생하면서 SK이노베이션 성과급 불만에 대한 불안감은 점점 증폭되었다.
사기 저하와 만일의 사태를 우려한 SK그룹의 경영진들이 직원들의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 직접 나섰다.
지난 7일 최태원 회장의 동생이자 오너인 최재원 SK온 수석 부회장은 격려금 지급을 결정했다.
8일 SK이노베이션은 대표이사 김준 부회장 명의로 임원 이하 직원들에게 300만원의 격려금, 성과급이 없는 계열사는 위로금으로 기본급의 200%를 지급방안을 제시했다.
SK이노베이션 CI (사진=SK이노베이션) |
◇ 성과평가, 소속 직원의 공정성 인식 필수
인적자원 관리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 성과평가 체계이다. 그리고 이 성과평가 체계는 직원의 공정성 인식에 따라 그 성공이 좌우된다[1].
직원들이 성과평가를 공정하고 공평하게 인식하면 조직에 헌신하고 전반적인 조직 성공에 노력한다. 반대로 성과평가를 불공정으로 인식하면 업무 의욕과 수행 동기가 저하돼 생산성과 효율성이 저하된다[2].
SK이노베이션이나 현대모비스와 같이, 직원들의 성과급 불만족 기업은 장기적으로 전체 기업 성과와 가치가 저하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실적과 가치가 낮게 평가된 계열사 직원들은 자신의 기여가 과소 평가되거나 인정받지 못한다고 느껴 업무에 이탈되거나 이직할 가능성이 크다[2,3].
성과평가 체계는 조직 운용과 효율성뿐 아닌 기업의 지속가능 전략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김준 SK이노베이션 부회장이 지난해 6월 미국 캘리포니아 새너제이에서 열린 'SK이노베이션 글로벌 포럼'에서 SK이노베이션의 친환경 비즈니스 포트폴리오 구축 방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SK이노베이션) |
◇ ESG 목표·성과급 체계 성공 여부 직원에 달려
SK그룹이 내세우는 탄소저감과 친환경 실천같은 전략은 직원의 적극적인 전략 구현에 따라 결과가 나뉜다.
성과급 불만으로 업무 동기가 저하되거나 단기 재무 실적에만 집중하면 ESG 목표 수행에 소홀해 질 수 있다.
이에 따라 이미 해외에서는 ESG 목표에 따른 성과를 추적하고 관련 성과급을 지급하는 ESG 성과급 체계가 등장했다[4]. ESG 성과급 체계는 기업이 추구하는 ESG 가치를 실현하고 재무적 성과를 향상시키는 역할을 했다.
성공한 기업들은 ESG 가치와 목적을 성과급 체계에 적용한다. 또 특정 ESG 목표와 그에 따른 인센티브를 정량화했다. 이는 마치 SK이노베이션의 새로운 성과급 체계와도 같다.
그러나 해외 성공 사례와 달리 SK이노베이션의 새 성과급 체계는 직원들이 수용하기 어려웠다.
격려금과 위로금만으로 직원 불만을 잠재워보겠다는 사측 임기응변 역시 새 성과급 체계의 실패만 인정하는 꼴이 됐다.
최재원 SK온 수석부회장과 김준 SK이노베이션 부회장 (사진=SK) |
◇ SK이노, 경영진은 많이 받고 직원은 적게 받고
성과평가에 대한 직원의 불공정 인식은 실제 성과평가의 불공정성을 반영한다.
연구에서 동일한 인적자본 특성을 가진 직원이라도 기업 경영진의 책임과 투명성에 따라 보수체계가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5]. 이는 경영진의 급여 불평등 전략에 의한 것으로 판단된다.
SK이노베이션의 경우 최재원 수석부회장과 SK이노베이션 김준 부회장을 포함한 경영진이 불공정한 성과급 체계를 이끈 것으로 해석된다.
유사한 다른 연구들에서는 성과평가 체계에 대한 경영진의 부적절한 경향을 지적했다.
최고 경영진을 포함한 주요 임원들은 자신들의 급여를 상승시키기 위해 일반 직원의 급여를 감소시키는 관행을 일삼는다. 경영진들은 자신들의 이익을 보장하는 불공정하고 비효율적인 인센티브 구조를 지향했다[6].
경영진과 인사 관리자는 인사평가 설계 시 직원 개인에 대한 접근을 간과하는 경향이 있다[7].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MWC 2023에 첫 참가했다. (사진=SK) |
◇ SK이노 새 성과급 체계, 명확한 기준 확인 불가능
직원 개인에 대한 이해 그리고 기여에 대한 평가와 보상은 조직 효율성에 가장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다.
그러나 연구에서 관리자는 직원들을 개별로 대하고 자주 확인해야 하는 제도를 꺼리며 명시된 목표를 공유하지 않으려 했다[7].
즉, 인사 관리자는 직원에게 성과평가의 목표와 기준을 설명함에 어려움을 겪는다. 아울러 잦은 직원 인사 평가와 운영이 필요한 성과평가 제도를 꺼리는 경향이 강하다.
SK이노베이션의 새로운 성과평가 체계 역시 앞서 말한 불공정하고 비효율적인 의도가 포함되었을 가능성이 있다.
성과평가 체계는 평가 목적과 평가의 출처를 확실히 밝혀야 한다. 또 성과평가에 대한 직원의 이해를 도울수록 공정하고 공평한 것으로 인식된다[8].
특히, 직원 문의에 대한 피드백이 풍부할수록 성과평가의 정확성과 공정성이 높다고 인지된다. 성과평가 불만은 직원들과 소통이 부족하다는 의미이다[9].
(사진=연합뉴스) |
◇ 소통없는 일방통행 추진 중단..경영진 보상 줄이고 세부 공개 필요
선행연구를 종합해 볼 때, SK이노베이션이 직원들에 대한 이해 없이 새로운 성과평가 체계를 몰아붙이고 이에 대한 소통조차 부족했던 것으로 유추된다.
향후 SK이노베이션은 현행 인사제도를 반성하고 직원 소통을 강화할 필요가 있겠다.
또한, 선행연구에서 진정한 성과평가의 공정성을 위해서는 임원 보상 규모를 줄이고 이들의 성과를 평가하고 세부 정보를 공개해야 함이 나타난 바가 있다[6].
최재원 수석부회장과 김 준 부회장 등 SK이노베이션 경영진들은 자기 보상을 줄이고 일반 직원들에게 나누는 모습을 보인다면, 직원 신뢰와 사기 증진에 도움이 될 것으로 사료된다.
출처
[1] Rubin, E. V., & Edwards, A. (2020). The performance of performance appraisal systems: understanding the linkage between appraisal structure and appraisal discrimination complaints. The International Journal of Human Resource Management, 31(15), 1938-1957.
[2] Kampkötter, P. (2017). Performance appraisals and job satisfaction. The International Journal of Human Resource Management, 28(5), 750-774.
[3] Spencer, D. G., & Steers, R. M. (1981). Performance as a moderator of the job satisfaction–turnover relationship. Journal of Applied Psychology, 66(4), 511.
[4] Lykkesfeldt, P., & Kjaergaard, L. L. (2022). The Importance of Mobilising ESG with Incentives. In Investor Relations and ESG Reporting in a Regulatory Perspective: A Practical Guide for Financial Market Participants (pp. 291-295). Cham: Springer International Publishing.
[5] Castilla, E. J. (2015). Accounting for the gap: A firm study manipulating organizational accountability and transparency in pay decisions. Organization Science, 26(2), 311-333.
[6] Skladany, M. (2022). Rethinking Executive Incentives Can Boost ESG Performance. MIT Sloan Management Review, 64(1), 1-4.
[7] Harris, L. (2001). Rewarding employee performance: line managers' values, beliefs and perspectives. International Journal of Human Resource Management, 12(7), 1182-1192.
[8] Selvarajan, T. T., & Cloninger, P. A. (2012). Can performance appraisals motivate employees to improve performance? A Mexican study. The International Journal of Human Resource Management, 23(15), 3063-3084.
[9] Rubin, E. V., & Edwards, A. (2020). The performance of performance appraisal systems: understanding the linkage between appraisal structure and appraisal discrimination complaints. The International Journal of Human Resource Management, 31(15), 1938-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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