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사회적 역할이 날로 확대되고 있다. 특히 평판은 기업의 가치와 미래를 엿볼 수 있는 중요한 도구다. 기업과 CEO의 좋은 평판은 오랜 기간 체계적인 관리가 이뤄져야 하는 만큼 쉽지 않다. 반면 나쁜 평판은 한순간 기업의 이미지를 훼손하면서 그간 쌓아온 성과를 허물어버린다.
<알파경제>는 연중기획으로 이정민 평판체크연구소장과 함께 국내 기업과 CEO들의 다양한 이슈를 학술적 이론을 접목해 풀어내고자 한다. 이를 통해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기업과 CEO의 평판을 체크하는 동시에 해당 기업의 가치와 미래 등도 짚어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4대에 걸쳐 무분쟁 장자승계 전통을 고수한 LG그룹이 상속분쟁으로 경영권 위기에 처했다.
구광모 회장의 양어머니인 김영식 여사와 여동생인 구연경 LG복지재단 대표, 구연수씨가 구광모 회장을 상대로 고(故) 구본무 선대회장이 남긴 재산의 상속회복청구 소송을 제기했기 때문이다.
2012년 고(故) 구자경 LG그룹 명예회장(앞줄 왼쪽 셋째)의 미수연(米壽宴·88세)을 축하하기 위해 모인 LG그룹 오너 일가. 앞줄 왼쪽부터 구본무 LG그룹 선대회장과 부인 김영식 여사, 구자경 명예회장, 구연경 LG복지재단 대표와 남편 윤관 블루런벤처스 대표. 뒷줄 왼쪽 둘째부터 구본준 LX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 부부 (사진=LG) |
◇ LG 상속분쟁, 경영권 다툼소지 가능성도 제기
김영식과 구연경, 구연수 등 LG가(家) 여성들의 요구는 법정 비율에 따른 1.5(부인):1(아들):1(딸):1(딸) 상속재산 분할이다.
지주회사인 ㈜LG 지분을 법정 비율대로 상속하면 구광모 회장의 지분은 현재 15.95%에서 9.7%로 낮아지고 세 모녀의 지분은 총 14.09%로 높아진다.
그 경우 기업 경영 경험이 부족한 LG가(家) 여성들이 LG그룹의 지배력을 얻게 된다. 다시 말해 LG는 경영권 다툼의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들 가능성을 배제하기 힘들게 된다.
구연경 LG복지재단 대표이사가 지난해 9월 서울 마곡 LG사이언스파크에서 진행된 '저신장아동 성장호르몬제 기증식'에 참석한 가운데 어린이에게 기증서를 전달하고 있다. (사진=LG전자) |
◇ LG가(家) 여성들, 전근대적인 승계 원칙에 대한 반발
이번 LG가(家) 여성들의 상속분쟁은 LG그룹의 승계 원칙과 전통에 대한 반기로 여겨진다.
LG그룹의 승계 원칙은 LG 구씨일가 남성이 경영을 이어받고 여성은 개인 재산만을 받을 수 있으며 가족 간 화합을 통해 경영권 승계 분쟁을 방지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창업주 구인회 초대회장-구자경 2대 회장–구본무 3대 회장–구광모 현 회장로 이어지는 LG가(家)를 대표하는 장자들이 LG그룹을 경영해 왔다. 그에 반해 LG(家) 여성들의 기업 활동은 철저히 제한됐다.
선행연구에 따라, LG가(家)와 LG그룹이 전근대적인 불합리한 남녀 차별주의를 전통으로 포장하여 여성 가족들을 통제한 것으로 유추되는 바이다[1].
고(故) 구자경 LG그룹 명예회장 가족사진. 앞줄은 부친 구자경 회장과 모친 하정임씨. 뒷줄 왼쪽부터 첫 번째 구본릉, 세 번째 구본식, 다섯 번째 구본무 여섯 번째 구본준씨 (사진=LG그룹) |
◇ LG 구씨일가, 화합 미명아래 여성가족 억압 가능성↑
가족경영 기업이나 일족경영 기업에서 오너가의 역할은 종종 시대착오적이며 전통을 내세워 구시대적 경영 전략을 지속하는 경우가 있다[2].
대표적인 예가 바로 기업 승계이다. 가족경영 기업에서 승계는 성별에 매우 편향되어 있고 후계자가 주로 아들이다.
이러한 여성 가족에 대한 배제는 고정관념과 차별 그리고 가족 내 불편한 상호작용으로 인한 결과로 나타난다. 또한 여성 가족의 경영 역량을 평가절하하고 숨기는 특징을 보인다[1].
LG가(家) 역시 화합이라는 가풍아래 구씨 남성 가족들이 여성 가족들을 억압하고 희생시키는 차별이 있었을 것이라 유추할 수 있다.
구광모 LG 회장 (사진=LG) |
◇ 기업 가족 내 불평등, 기업승계에 부정적 영향
차별과 같은 불평등은 가족 내 경쟁 역학을 만들고 기업 승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3]. 구광모 회장도 장자승계 전 특별한 업적 없이 구본무 회장의 양자로 입적된 뒤 장자승계 원칙에 따라 회장 자리를 물려받았다.
차별받았던 가족 구성원들은 후계자를 후계자로 인정하지 않거나 후계자에게 상속된 재산과 경영권을 인정하지 않는다. 가족 간 소송과 법적 다툼이 야기되고 기업 지배구조가 분열될 수 있다[4].
후계자가 다른 가족들보다 소유 지분율이 적은 경우, 지배력과 리더십이 부족해져 경영적 정체를 경험하게 된다[4]. 이 때문에 LG그룹은 인위적인 상속 배분율 조정으로 구광모 회장의 그룹 내 지분 확보 길을 터줬다.
또한, 상속분쟁은 불공정한 승계 평가 및 체계 그리고 이러한 불공정성을 정당화시킨 기업 지배구조 문제를 반영한다[5].
앞서 기술했듯 상속분쟁을 일으킨 LG가(家) 여성들의 요구가 관철되면 구광모 회장은 그룹 지배력을 상실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2018년 5월 20일 별세한 구본무 선대회장의 빈소를 지키고 있는 구광모 회장 (사진=LG) |
◇ LG그룹, 장자승계에만 초점..LG가(家) 여성 경쟁 배척
기업 오너는 특정 후계자의 영향력을 강화시키기 위해 직위, 편향적인 이사회 구성, 불균형적인 주식 구조, 제휴 등을 활용하고 기업 불투명성을 높인다[6].
기업 경영 활동에 대한 정보 흐름을 제한하는 네트워크로 부의 확고한 활동을 숨기고 외부의 경영적 개입을 차단한다[7].
이를 LG가(家)에 대입해 보면, LG그룹이 그룹사 차원에서 구광모 회장의 장자승계만을 고려하고 LG가(家) 여성들의 경영 참여와 정보 획득은 어려운 지배구조를 구성했을 것으로 추측된다.
연구에서 기업 오너의 모든 자녀에게는 경영 자질이 각인되었고 훌륭한 기업 경영인이 될 수 있음이 확인됐다[8]. 게다가 경영의 경쟁 역학은 혁신 투자를 촉진할 계기가 될 수 있다[9].
오너가 모든 가족 구성원들에게 경영 기회를 주고 경쟁하며 스스로 협력해 가는 화합을 이루는 과정이 승계의 성공이다.
또 전 가족 구성원들이 신뢰를 기반으로 상속관리에 협력해 부를 유지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경영 방안이다[2]. LG가(家)와 같이 장자승계 원칙만 고수하는 것은 경영에 매우 비효율적이다.
서울 여의도 LG 사옥 (사진= 연합뉴스) |
◇ LG, 소제기 여성들 비난..여성 경영 배척 정당화일 뿐
이번 상속분쟁에 있어서 LG그룹은 입장문을 통해 LG 전통과 경영권을 흔드는 건 용인될 수 없다고 비판했다.
LG 관계자들은 전통과 "'화합의 상징'이 사라졌다"며 탄식하고 있다.
선행연구들을 종합해 볼 때, 장자승계와 저조한 여성 경영 참여를 전통과 화합으로 포장하는 LG그룹과 관계자들의 불편한 민낯이 향후 LG그룹을 침체시킬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소제기 LG가(家) 여성들은 경영 참여를 원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나름 가족의 화합을 깨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도 읽힌다.
이 때문에 LG그룹은 현 상속분쟁의 LG가(家) 여성들을 비난하고 비판하기보다 원만히 협의를 끌어내 진정한 가족 화합을 추구해야 할 것으로 사료된다.
또한, 구시대적이고 비효율적인 원칙과 전통을 버릴 필요가 있다.
지주회사 ㈜LG를 통한 그룹 지배의 선진적 시스템뿐만 아니라 기업 승계 과정에서도 공정하고 투명한 지배구조를 확립해갈 필요성이 있겠다.
출처
[1] Wang, C. (2010). Daughter exclusion in family business succession: A review of the literature. Journal of family and economic issues, 31, 475-484.
[2] Gilding, M. (2005). Families and fortunes: Accumulation, management succession and inheritance in wealthy families. Journal of Sociology, 41(1), 29-45.
[3] Avloniti, A., Iatridou, A., Kaloupsis, I., & Vozikis, G. S. (2014). Sibling rivalry: implications for the family business succession process. International Entrepreneurship and Management Journal, 10, 661-678.
[4] Barnes, L. B., & Hershon, S. A. (1994). Transferring power in the family business. Family business review, 7(4), 377-392.
[5] Sacristán-Navarro, M., & Cabeza-García, L. (2020). When family firm corporate governance fails: the case of El Corte Inglés. Journal of Family Business Management, 10(2), 97-115.
[6] Anderson, R. C., Duru, A., & Reeb, D. M. (2009). Founders, heirs, and corporate opacity in the United States. Journal of Financial economics, 92(2), 205-222.
[7] Lang, M. H., Lins, K. V., & Miller, D. P. (2004). Concentrated control, analyst following, and valuation: Do analysts matter most when investors are protected least?. Journal of Accounting Research, 42(3), 589-623.
[8] Combs, J. G., Jaskiewicz, P., Rau, S. B., & Agrawal, R. (2021). Inheriting the legacy but not the business: When and where do family nonsuccessors become entrepreneurial?. Journal of Small Business Management, 1-30.
[9] Yan, J., & He, K. (2020, January). Is Intergenerational Inheritance of Family Business Promoting Innovation or Hindering Innovation?—Debate and Integration. In 2019 3rd International Conference on Education, Economics and Management Research (ICEEMR 2019) (pp. 357-359). Atlantis 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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