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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이상목 소액주주 대표 "DB하이텍, 주주 의견 반영시 더 기어오른다 인식...김준기, 아무런 기여없이 고액연봉"

2023. 10. 12. 12:47
김준기 DB그룹 창업회장(왼쪽)과 김준기 창업회장의 아들인 김남호 DB그룹 회장. (사진=DB그룹)

[알파경제=박남숙 기자] DB그룹이 사업구조 개편을 발표하며 '지주사 전환' 이슈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올해 초 DB하이텍의 팹리스 물적분할에 이어 최근 'DB-DB메탈 합병' 관련 깜짝 공시도 업계에서는 지주사 전환을 회피하기 위한 것이라는 의견이 나왔다.
 

DB하이텍 부천캠퍼스 전경. (사진=연합뉴스)


DB그룹의 지주사 전환 이슈 중심에는 DB하이텍이 존재한다.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DB하이텍은 DB그룹 제조업 부문의 핵심으로 수년 전부터 실적이 증대하며 그룹 내 든든한 캐시카우로 자리 잡았다.

 

총자산이 5000억원을 넘고, 자회사의 지분 가치가 전체 자산의 50% 이상인 기업은 지주사로 강제 전환된다. DB는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계열사 DB하이텍의 덩치가 커지면서, DB하이텍 주가가 오를 때마다 지주사 강제 전환을 고민해야하는 상황에 놓이곤 했다.


이에 따라 DB하이텍 소액주주연대는 구체적인 소통을 하지 않고 막무가내로 계열사 합병을 추진하는 DB그룹을 상대로 구체적인 행동에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이상목 DB하이텍 소액주주 연대 대표.


아래는 이상목 DB하이텍 소액주주 대표와의 일문일답이다.

1. DB하이텍은 소액주주 운동의 우군 격인 강성부 펀드로 잘 알려진 KGCI와는 법적 다툼을 벌이는 등 적극 대응 중이지만, 소액주주 연대에 대해서는 유난히 무관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왜 그렇다고 생각하나?

800억 펀드의 자금력으로 법률비용을 부담 가능하므로 보다 적극적으로 법적 조치에 나서는 것 같다. 하지만 KCGI의 트랙레코드, 펀드라는 안정적인 주체가 아닌, 느슨한 연합체인 소액주주연대라 협상의 대상으로 생각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 회사 내부 의견도 소액주주들 의견은 들어줄수록 고맙게 생각하기는커녕 더 기어오르기만 할 것이라고 전해들었다. 다시 말해, 소액주주연대를 무시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2. DB하이텍 측에서는 소액주주 운동이 이득을 취하기 위해 움직이는 사익 추구 집단처럼 변모했다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는지?

애초에 주식시장 참여 목적이 투자수익을 거두기 위함이므로 회사든 기관이든 개인이든 본연의 이익을 추구하는 것이 당연한 것이라 생각한다. 이것을 부인하는 것은 주식시장참여자 누구든 거짓을 말하는 것이라고 본다.

다만, 사익을 추구하더라도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지가 중요하다. 소액주주운동은 남에게 피해를 주는 것이 아니라, 일부 주주를 위해 대다수 주주에게 피해를 주는 악의적 기업지배구조 훼손 행위를 지적한다. 물적분할이나 메탈 합병을 통한 의도적 지주사 전환 회피가 대표적 사례라고 생각한다.

오히려 김준기 회장이 기여하는 바 없이 회사에서 과도한 보수를 지급받고 있으므로 무리한 사익추구를 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3. DB하이텍 소액주주 운동이 사익추구 집단이라면 어떤 것에 대한 이득을 초점으로 두고 있나?

이렇게 말해보자. 우리나라 상법 제369조에 보면 1주는 1주의 의결권을 가진다고 되어 있다.

대주주 지분이 17.8%에 불과하다면, 나머지 82.2% 주주에게 탁월한 경영성과와 적극적 주주환원을 통해 지지받으면 된다. 주주들도 회사가 좋아서 투자한 사람들이므로 굳이 마다할 이유가 없다.

다시 말해, 굳이 82.2% 주주를 사익추구 집단이라 매도할 필요가 없다는 의미다. 주식시장 참여자들은 각자의 이해관계를 위해 존재함을 모두가 솔직하게 인정해야 하며, 주주들은 정당한 주주로서의 권리를 찾기를 원할 뿐이다.

4. 소액주주 연대에서는 DB하이텍 사태의 원흉으로 DB그룹 김준기 창업회장을 지목하고 있다. 그와 관련된 근거는?

우선 회사가 공정위 지주사 전환 통보를 받아 의무적으로 DB하이텍 지분을 30% 확보해야 한다.

그러나, 김준기 회장 일가는 30% 지분을 매입할 자금이 전혀 없는 것으로 안다. 심지어 DB손해보험 주식은 담보가 잡혀 있는 상황이다.

이로 인해 2022년 7월12일 DB하이텍은 물적분할 소문을 흘려 –15.7%의 장대음봉을 유도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에 대응키 위해 소액주주연대가 결성돼 적극적인 반대여론이 조성됐다고 보면 된다.

5. 소액주주 운동이 DB하이텍 회사 운영과 관련해 효과나 의미있는 진전을 이룬 것이 있나?

그렇다고 볼 수 있다. 일련의 과정 속에서 자발적으로 모여진 소액주주연대의 강력한 반발로 회사가 1차 물적분할 시도를 철회했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하지만 2023년 3월 정기주총에서 회사는 3주만에 날치기 물적분할을 다시 시도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다시는 물적분할을 추진하지 않겠다고 홍보해 놓고, 소액주주연대와 사전 상의 없이 물적분할을 재추진했다는 점이다.

흥미로운 점은, 회사는 무리한 물적분할 추진으로 소액주주연대를 주총에서 이길 수 있었지만, 주총일 다음날 KCGI(일명 강성부 펀드)가 7%의 지분을 투자하도록 명분을 제공하게 됐다는 점이다.

6. 그 이후에 DB그룹 측이 움직인 정황들을 설명해 달라.

지금은 지주사 전환 회피를 위해, 홀해 2분기 300억 적자인 DB메탈을 DB Inc에 합병을 시도하고 있다. 매번 꼼수의 연속이다.

현재 DB Inc의 보유현금은 500억이며, 10%의 매수청구권만 들어오더라도 400억의 현금이 증발된다. 또 DB메탈의 보유현금은 100억이며 2분기에 300억 적자, 3분기에는 주요제품의 가격이 더 하락 중으로 적자를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7. 회사의 방침에 반대만 하다보면 우려하는 점도 있을 것 같은데?

솔직히 말해서 김준기와 DB그룹 측이 멀쩡한 회사에 부실기업을 합병시켜 기존 DB Inc 주주들에게 큰 피해를 줄까 두렵다.

특히 DB메탈은 DB하이텍의 공장 증설 공사를 독점으로 수주하는 일감 몰아주기 수혜기업이다.

DB Inc와의 합병법인이 추후 부실화될 경우, DB하이텍이 자금 대여 등의 무리수를 사용할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에 주주들은 크게 우려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래서 양사 간 합병에 대해 반대하는 입장이다.

8. DB하이텍의 가장 주요한 이슈 중 하나가 2대 주주인 국민연금이 소액 주주 연대의 손을 들어주느냐 여부 같다. 국민연금과 어느 정도 소통이 이뤄지고 있는 지 밝혀 달라.

국민연금은 이미 금년 3월 대주주의 손만 들어준 전력이 있어, 소액주주 입장에서 전혀 신뢰가 가지 않는 상황이다.

국민연금은 특히, 수많은 종목들의 주주가치 훼손을 방치하고 있다고 본다. 작년과 같이 올해에도 복지위 국회의원들에게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의 주주가치 훼손을 적극 홍보할 계획이다.

국민연금은 내용증명을 보내면 읽는다고는 하는데, 답변도 없고 전혀 의사소통 의지가 없다고 생각한다. 국민의 노후자산이 잘못 운용되고 있다는 점에 대해 매우 유감이다.

이번 DB Inc와 DB메탈 합병 건 관련, 국민연금에도 서한을 보낼 예정이지만 지금까지 국민연금의 행태를 보건대 전혀 기대가 없다. 모든 안건에 대해 제대로 검토도 하지 않고 사측으로 표를 행사할 것으로 보인다.

9. 이전에 발표된 것들 말고 향후 계획이 또 있는가?

가장 먼저 DB와 메탈 합병 저지가 우선이다. 또 국정감사에서 김준기 회장을 증인으로 신청되도록 국회에 요청할 생각이다.

그 외로는 자사주 소각 요청과 내년 3월 감사 선임 등을 위해 언론·국회 홍보 및 대표이사 면담을 계획하고 있다.

또한, 주주 간 공동보유합의서 체결을 통해 5% 이상 대량보유보고 공시를 추진하고자 한다. 목표 지분율은 20%이며, 20% 가까이 지분을 모아도 대표이사 면담조차 성사되지 않는다면, 단계적으로 강한 조치들을 강구할 생각이다.

 

알파경제 박남숙 기자(parkns@alphabiz.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