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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 해진공, HMM 현금 10兆 걱정하는 이유…하림의 ‘곳간 빼먹기’ 우려 때문

2023. 12. 8. 11:19

◇ 산은·해진공 보유 1조6800억원 영구채 처리 걸림돌
◇ 하림에 매각시 졸속·특혜시비 불거져

 

[알파경제=김지현 기자] 국내 최대 해운사인 HMM 매각 우선협상자 선정을 놓고, 매각 주체인 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가 깊은 고민에 빠졌다.

HMM소속 컨테이너 선박 (사진=HMM)

 


◇ 산은·해진공 보유 1조6800억원 영구채 처리 걸림돌

8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HMM 인수전에서 하림과 동원그룹이 본입찰에 참여했다.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의 가장 큰 요소를 차지하는 인수가 부문에서 하림은 동원보다 높은 금액을 써낸 것으로 알려졌다.

일반적으로 높은 인수가를 제시한 후보가 선정되는게 대부분이다.

하지만, 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가 보유한 1조6800억원 규모의 잔여 영구채 처리가 걸림돌로 작용했다.

산은과 해진공은 본입찰 때 인수 희망가 외에도 ‘주주간 계약서’ 초안에 대한 수정 제안을 함께 제출 받는다.

 

이 과정에서 산은과 해진공은 매각 후 3년간 연 배당금을 5000억원으로 제한한다는 내용과 함께 잔여 영구채 처리 방안에 대해 의견을 제시해달라고 하림에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림은 향후 3년간 영구채를 주식으로 전환하지 말 것을 수정 제시한 것이다.

산은과 해진공이 영구채를 주식으로 변경할 경우 2대 주주로 등극하게 되고, 이 경우 자칫 경영권 행사에 발목이 잡힐 수 있다. 여기에 하림의 배당금도 줄어든다.

 

하림 김홍국 회장 (사진=연합뉴스)

 

 

◇ HMM ‘곳간 빼먹기’ 우려도…하림에 매각시 졸속·특혜시비 불거져

문제는 해진공이 하림의 제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하림이 인수 후 HMM의 현금성 자산 유출을 막기 위해 지분 확보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앞서 하림은 벌크 해운사인 팬오션과 홈쇼핑 회사 NS쇼핑을 인수한 바 있다.

과거 팬오션은 2015년 당시 현금성 자산이 5902억원이었으나, 2016년 1791억원으로 3분의 1로 쪼그라들었다.

하림은 팬오션 인수를 위해 85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했고, 회사채 1580억원 어치를 발행했다.

같은 기간 NS쇼핑 역시 현금성 자산 1867억원에서 613억원으로 급감했다.

하림은 팬오션 인수 후 주식을 담보로 금융권에서 여러 차례 대출을 받아왔다. 하림지주가 팬오션 주식을 활용한 주식담보대출은 9건에 달한다.

조호진 타키온월드 대표이사는 알파경제에 “하림은 돈이 필요할 때마다 팬오션을 활용했고, 그야말로 곳간과 같았다”면서 “NS쇼핑의 자금 수천억원도 하림산업, 글라이드 등 신사업을 하는 회사에 투입됐다”고 지적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과거 하림의 행태를 볼 때 10조원에 달하는 HMM 몸값을 이용해 현금성 자산을 팔아치우거나, 주식담보대출 등을 통해 HMM을 마치 현금인출기처럼 활용할 수 있다”며 “하림이 HMM 인수한 뒤 돈 빼먹기에 나설 경우 산은이나 해진공은 졸속 매각 비판과 함께 특혜 시비까지 불거질 우려도 있다”고 설명했다.

 

알파경제 김지현 기자(ababe1978@alphabiz.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