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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 NH투자증권 “하나은행·예탁원, 옵티머스 펀드 비정상 운용 나몰라라...3년 동안 사기행각 방치 책임져야”

2023. 11. 10. 12:08

◇옵티머스펀드에 대한 이상한 소문
◇세 차례의 옵티머스 자산운용사 방문
◇NH투자, 옵티머스의 사기행각을 밝혀내다
◇문제는 투자금 용처...예탁결제원에 달려가다
◇문제는 고객 투자금...하나은행으로 달려가다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피해...금감원 “1차 책임 NH투자”

NH금융타워. (사진=NH투자증권)

 

[알파경제=이준현 기자] NH투자증권이 사기펀드 옵티머스 구상권 청구에 대한 본격적인 재판에 돌입하면서 하나은행과 예탁결제원에 대한 책임추궁을 조목조목 들었습니다.

특히 사기펀드 운영의 부실을 NH투자증권 측이 직접 발견해 지적했음에도 하나은행과 예탁결제원은 전혀 문제없다는 태도로 일관했다는 주장을 펼쳤습니다.

NH투자증권 관계자는 알파경제에 “예탁원과 하나은행만 조금만 더 신경 썼더라면 단군이래 최대 사기펀드 사건은 일어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면서 “3년간 사기행각을 나몰라라 방치한 예탁원과 하나은행은 걸맞은 책임을 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입니다.

정영채 NH투자증권 사장. (사진=NH투자증권)


◇ 옵티머스펀드에 대한 이상한 소문

10일 알파경제 취재를 종합하면요.

2019년부터 NH투자증권은 옵티머스 펀드 판매 역할 대행 1년 정도 맡았습니다. 옵티머스펀드는 이미 NH투자증권이 들어오기 전부터 여러 회사에서 2년 전인 2017년부터 판매하고 있던 인기펀드였습니다.

그런데 시장에 이상한 소문이 도는 겁니다. 옵티머스펀드의 운용이 이상하게 흘러가고 있다는 소문이었죠.

고객들에게 옵티머스 펀드를 팔고 있는 NH투자증권 입장에서 시장의 풍문을 그냥 흘려보내기 어려워 옵티머스 자산운용을 찾아가 사실관계를 확인합니다.

NH투자증권 관계자는 “운용사 업계에서 옵티머스 자산운용사가 수상하고 금융감독원 요주의 리스트에도 올라와 있다는 소문이 돌았다”면서 “바로 사실관계 확인을 위해 해당 운용사를 세 차례 방문해 계약서 사본들을 다 보여달라 요구했다”고 말했습니다.

옵티머스자산운용. (사진=연합뉴스)


◇ 세 차례의 옵티머스 자산운용사 방문

NH투자증권 직원들은 옵티머스 자산운용 사무실로 세 차례나 방문했습니다.

첫 번째 방문에서 옵티머스펀드가 펀드 판매 시 설명대로 제대로 운영되고 있는지 확인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돌아오는 답변은 ‘확인해 줄 수 없다’였습니다.

그래도 옵티머스펀드에 대한 소문이 끊이질 않자 2차 방문을 단행합니다. 이때 옵티머스 자산운용 측은 NH투자증권 측에 계약서 샘플만 보여주는 식으로 안심을 시킵니다.

하지만 위기의식을 느낀 NH투자증권은 세 번째 방문 때 최후통첩을 날립니다. 소문이 증폭되고 있으니 전수조사가 필요하고 계약서 사본을 전부 보여주지 않으면 거래를 끊겠다고 선언합니다.

다급했던 옵티머스 측은 옵티머스 펀드의 모든 투자 자산이 제대로 공공기관 채권 계약에 설정돼 있다는 것을 문서로 확인시켜 줍니다.

NH투자증권 관계자는 “당시 옵티머스 자산운용 측에서 눈으로 확인시켜 주었던 공공기관 채권 계약서는 모두 가짜였다”고 증언합니다.

시위하는 옵티머스 피해자들. (사진=연합뉴스)

 

◇ NH투자, 옵티머스의 사기행각을 밝혀내다

계약서를 눈으로 확인했음에도 NH투자증권은 옵티머스에 대한 의심을 거두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김재현 옵티머스 자산운용 대표이사를 다시 찾아갑니다.

NH투자증권 관계자는 “옵티머스펀드 원청을 준 공공기관 담당자와 김재현 대표 직접 통화하는 것을 스피커폰으로 확인시켜 달라 요구했다”면서 “옵티머스 측은 결국 통화를 시도조차 못했다”고 말합니다.

그제야 옵티머스 자산운용 측은 NH투자증권에 보여줬던 공공기관 채권 계약서 등이 가짜라는 사실을 실토합니다.

NH투자증권은 곧바로 금융감독원에 옵티머스펀드의 사기행각을 신고하고 검찰 고발을 진행했습니다.

이명호 전 한국예탁결제원 사장. (사진=연합뉴스)


◇ 문제는 투자금 용처...예탁결제원에 달려가다

NH투자증권이 금감원 신고와 검찰 고발 뒤 달려간 곳이 예탁결제원입니다.

예탁원은 투자자산의 가격을 산정해 옵티머스 펀드 같은 펀드 가치가 얼마고 고객 수익률이 얼마라는 것을 일목요연하게 보여주는 시스템 운영 회사입니다. 

 

당시 NH투자증권은 위험성을 낮추기 위한 방편으로 옵티머스 자산운용 담당자를 통해 예탁결제원의 펀드명세서를 받아 공공기관 채권 운용이 제안서의 내용대로 정상적으로 이뤄지는지 크로스체크를 했었습니다.

 

공공채권 계약과 회사들 리스트를 대조하는 작업으로 펀드 진위를 판단한 겁니다.


그런데도 속은 거죠. 옵티머스펀드가 사기라는 것을 안 뒤 찾아간 예탁원에서 NH투자증권 측은 가짜 계약서의 회사들이 리스트에 어떻게 들어가 있는지 따져 물었습니다.

돌아온 예탁원의 답변은 ‘확인할 의무가 없다’였다네요.

그러면서 예탁원은 옵티머스자산운용 측에서 보내온 업무 연락 메일을 NH투자증권 측에 열람토록 합니다.

NH투자증권 관계자는 “옵티머스 측이 보낸 메일에 A라는 쓰레기 페이퍼컴퍼니를 멀쩡한 B항만공사로 교체 해달라는 요구 같은 것이 발견됐다”면서 “예탁원에서는 아무 검증절차 없이 옵티머스 펀드 내 회사명 교체작업을 진행해 준 것으로 확인됐다”고 주장합니다.

금감원 제재심 출석하는 지성규 전 하나은행장(왼쪽)과 손태승 전 우리금융 회장. (사진=연합뉴스, 우리금융)

 

◇ 문제는 고객 투자금...하나은행으로 달려가다

예탁원까지 문제가 발생하자 NH투자증권은 곧바로 하나은행으로 찾아갑니다.

하나은행은 고객의 투자금을 회사 계좌에 갖다 놓고 옵티머스가 운용을 지시하면 채권을 사고파는 역할을 했습니다. 즉 투자된 돈을 갖고 자산을 사고파는 역할을 하는 곳이 하나은행입니다.

NH투자증권에 따르면 하나은행은 옵티머스 펀드가 공공기관 채권 운용을 전문적으로 하는 채권임에도, 옵티머스 자산운용이 요구하는 대로 페이퍼컴퍼니 자금 투입 등 용도 외 투자를 그대로 실행합니다.

NH투자증권 관계자는 “하나은행은 옵티머스 측에서 투자하라고 하니까 한 것이라면서 공공기관이나 공사 건인지 페이퍼 컴퍼니인지 알 필요도 없고 알아도 알려줄 의무가 없다는 입장이었다”고 증언합니다.

은성수 전 금융위원회 위원장(왼쪽)과 윤석헌 전 금융감독원장. (사진=연합뉴스)


◇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피해...금감원 “1차 책임 NH투자”

결국 사기펀드로 손실된 고객 돈 2780억원을 NH투자증권이 다 물어줍니다.

NH투자증권은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자 금감원도 사정이 급했던 것으로 안다”면서 “결국 판매사가 1차 책임을 지고 피해 금액을 다 물어주는 형태로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으로 일단락 됐다”고 말합니다.

NH투자증권은 억울하다는 입장입니다.

옵티머스펀드 판매에 뒤늦게 뛰어들었다가 이상을 감지하고 사기펀드라는 사실까지 밝혀냈지만 돈은 돈대로 물어주고 욕은 욕대로 먹었기 때문입니다.

사고 발생 당시에 금감원에 여러 가지 억울한 사정을 토로했지만 묵살되었던 것과는 별개로, 이제는 NH투자증권의 명예도 찾고 금전적 손해도 되돌려야 하겠다는 마음을 굳게 먹습니다.

그 결과 2021년 가을에 민사소송 제기를 하게 됩니다. 그리고 소 제기 2년 만인 어제(11월 9일) 재판이 처음 열린 겁니다.

 

알파경제 이준현 기자(wtcloud83@alphabiz.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