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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시] 초전도체 수혜 신성델타테크, 창업주 지분축소...왜?

2023. 8. 8. 15:56
신성델테타크. (사진=신성델타테크 홈페이지 캡처)

 

[알파경제=김종효 기자] 신성델타테크의 창업주 한 곳이 지분을 축소했다.

7일 인공지능분석프로그램 <타키온>에 따르면 신성델타테크는 지난 4일 이같은 내용을 공시했다.

이번 축소에는 고목화공 외에도 개인인 고목무남, 궁본청미, 고산청미씨 등도 동참했다. 이들 3명은 신성델타테크의 지분 전량을 매도했다. 신성델타테크는 1987년 설립 당시부터 일본의 고목(다카기)화공과 합작해 설립됐다. 당시만해도 일본의 IT 기술이 국내보다 월등히 뛰어나, 일본과 합작회사를 설립하는 방식을 추구했다.

 

설립 이후 신성델타테크는 냉장고·에어컨 등 IT 부품을 만들어 납품했다. LG그룹과 특수 관계인 점이 작용해 LG전자, LG디스플레이 등에서 안정적으로 매출을 올렸다. 심지어 LG그룹은 하청기업인 신성델타테크에 저리로 자금을 빌려주기까지 했다.

 

구자천 신성델테타크 대표이사. (사진=신성델타테크 홈페이지 캡처)

 

구자천(71) 회장의 이름과 이력도 LG그룹의 일가라는 추정을 낳는다. 구 회장은 구자경 LG그룹 2대 회장과 같은 진주고를 졸업했다. 연세대를 졸업한 구자천 회장은 첫 직장으로 럭키개발을 선택했다. 럭키개발은 LG건설을 거쳐서 지금의 GS건설로 상호를 바꿨다. 구자천 회장이 LG그룹의 일가라는 추정에 대해서, 신성델타테크는 부인했다.

신성델타테크는 최근 주목받는 종목이 됐다. 신성델타테크가 퀀텀에너지연구소와 연루됐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퀀텀에너지연구소와 한양대 연구진은 상온, 상압에서 초전도체(超傳導體·superconducting)를 실현하는 LK-99를 제조했다고 주장했다. 연구진은 해당 성과를 담은 논문 두 편을 아카이브(archive)에 실었다. 아카이브는 논문 게재 여부와 무관하게 누구든지 연구 성과를 알릴 수 있다.

 

문제는 아카이브에 게재된 논문을 조선일보가 지난 달 28일 오전 8시13분에 기사화하면서 촉발됐다. 기사화하면서 해당 연구 성과는 기정 사실로 여겨졌다. 여기에 신성델타테크가 계열사인 LS벤처캐피탈을 통해서 퀀텀에너지연구소에 투자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퀀텀에너지연구소가 초전도체를 구현했다고 근거로 제시한 장면. LK-99가 공중에 떠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사진에서 확인되듯이 일부가 지면에 닿아 있다. (사진=퀀텀에너지연구소)


신성델타테크의 지난달 27일 종가는 1만2200원이었다. 상한가를 치더니, 3일 장중에는 3만1000원에 마감했다. 7일 다시 상한가를 기록하더니, 2만4800원으로 마감했다. 27일 대비 수익률은 97%에 달한다.

신성델타테크 외에도 서남·덕성·서원·국일신동·대창 등이 묵인과 방조 속에 자의반 타의 반 주가가 급등했다.

결국 급등한 종목의 향배는 퀀텀에너지연구소의 주장의 진위에 달렸다는 분석이다. 초전도체는 전기가 흐르면서 저항이 0인 물질을 의미한다. 저항이 0이면 에너지 손실이 없어서 현실에 경험하지 못한 다른 차원의 현상을 접하게 된다. 여기에 마이스너(Meissner) 효과가 발생한다. 초전도체 주위에 자기장을 걸면 자기장이 초전도체를 밀쳐서 초전도체를 공중에 뜨게 한다.

 

영화 아바타는 초전도체로 섬이 공중부양한 장면을 담았다. 물리학을 전공한 제임스 카메론 감독이 아바타에 마이스너 효과를 반영해 섬이 둥둥 떠 있는 장면을 시각화했다.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마이스너 효과와 저항이 0인 두 가지 기준으로 퀀텀에너지에너지 연구소가 상온, 상압에서 초전도체를 구현했는지를 검증해야 한다. 이번 논문과 밀접한 관련을 가진 김현탁 박사의 주장처럼 자성(磁性·자석의 성질) 유무는 초전도체 입증과는 무관하다고 KAIST 물리학과 교수들은 지적한다. KAIST 물리학과 교수들은 "이번 LK-99 논문에서 저항이 0이 되는 데이터를 충분하게 보여 주지 않았다"고 밝혔다. 초전도체의 기초적 물성을 입증하지 못한 것이다.

퀀텀에너지연구소는 LK-99가 공중에 떴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연구소가 공개한 자료를 보면 LK-99는 공중에 뜨지 않았고, 일부는 여전히 받침대에 닿아 있다. 이런 현상이 초전도체에 부합한다고 볼 수 없다. 심지어 공중에 완벽히 떠 있다고 할 지라도 초전도체와는 무관하다는 점에 주의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일상에서도 자석의 N극과 S극이 서로 밀어내기에 이를 활용하면 공중에 뜨게 만들 수 있다. 인천공항에 자기 부상(浮上) 열차가 있다. N극과 S극을 활용해 열차가 자기로 부상해서 다닌다. 공중에 떠서 무거운 기차가 움직이지만, 초전도체를 상온과 상압에서 실현했다고 주장한다면, 실소를 자아낼 뿐이다.

한국초전도저온학회는 지난 2일 "(퀀텀에너지연구소의 실험은) 상온 초전도체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인천공항 자기부상철도.


무엇보다 퀀텀에너지연구소가 세계적인 성과에 어울리지 않는 형식으로 공개한 점도 꺼림직하다는 지적이다. 앞서 언급한 KAIST 물리학과 교수들 모두 이를 지적했다. 이번 성과가 맞다면, 노벨 물리학상은 따 놓은 당상이다. 지금까지 초전도체의 중요한 성과가 있을 때마다 노벨상 위원회는 아낌 없이 노벨 물리학상을 부여했다. 무려 5번이나 노벨물리학상이 초전도체 분야에서 배출됐다.

이런 배경을 모를 리 없는 퀀텀에너지연구소가 네이처·사이언스같은 세계적 학술지에 심사를 의뢰하지 않고, 아카이브에 올렸다는 자체가 통념에서 벗어난 행동으로 간주된다는 것이다. 퀀텀에너지연구소는 조선일보가 인용한 논문 외에도 아카이브에 LK-99 성과를 담은 다른 논문도 올렸다. 해당 논문은 국내학술지인 한국결정성장학회지에 게재됐다. 

 

해당 학회지는 IF(Impact Factor)가 0.25에 불과하다. IF는 학술지의 수준을 결정하는 가늠쇠이다. 탁월한 성과일수록, IF가 높은 학술지에 게재된다. 비록 조작으로 판명난 황우석(70) 전(前) 서울대 교수팀의 줄기 세포 역시 사이언스에 게재됐다. 네이처와 사이언스의 IF는 70 정도이다. 하지만, 퀀텀에너지연구소는 훨씬 쉽게 게재가 가능하면서 인지도가 낮은 한국결정성장학회지에 LK-99의 연구 성과를 게재했다. 이런 점은 상온, 상압에서 초전도체를 구현했다는 주장에 고개를 갸웃거리게 하는 요인으로 작동한다.

하지만, 퀀텀에너지연구소와 직간접으로 관련된 종목들은 급등했다. KAIST 물리학과 교수 A씨는 이번 성과에 오류가 있다고 자신했다. 그는 "(주가 급등한 종목에) 공매도를 쳐야 한다는 데 100% 확신한다"고 말했다.

 

알파경제 김종효 기자(kei1000@alphabiz.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