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ports/기업평판분석

[평판] ㉚SK이노베이션, ‘쪼개기 상장’ SK온 때문에 욕먹으면서도 유상증자 카드 꺼냈다

2023. 7. 31. 12:56

◇SK이노베이션, 재무상황·자금조달 한계로 유상증자 선택
SK온에 허리 휘는 SK이노베이션, 점점 악화되는 재무구조
◇SK이노베이션 유상증자, 신사업·성장·발전 등 긍정 측면 없어
◇쪼개기 상장 오명 벗어나질 못하는 SK온 상장 이슈
◇유상증자 불만에 신주인수권까지 보장...효과는 ‘글쎄’
◇재무 상태·성장 가능성 과장 대신 SK온 완전 자립 로드맵 절실

기업의 사회적 역할이 날로 확대되고 있다. 특히 평판은 기업의 가치와 미래를 엿볼 수 있는 중요한 도구다. 기업과 CEO의 좋은 평판은 오랜 기간 체계적인 관리가 이뤄져야 하는 만큼 쉽지 않다. 반면 나쁜 평판은 한순간 기업의 이미지를 훼손하면서 그간 쌓아온 성과를 허물어버린다.

 

 

<알파경제>는 연중기획으로 이정민 평판체크연구소장과 함께 국내 기업과 CEO들의 다양한 이슈를 학술적 이론을 접목해 풀어내고자 한다. 이를 통해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기업과 CEO의 평판을 체크하는 동시에 해당 기업의 가치와 미래 등도 짚어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지난 6월 23일 SK이노베이션이 1조 1800억 원 규모인 819만주의 유상증자를 발표했다.


유상증자 발표 이후 SK이노베이션의 주가는 연일 하락했고 6월 29일에는 발표일 대비 24%나 급락하기도 했다.

7월 현재에도 발표 이전의 주가(18만원 대)를 회복하지 못한 상태다. 일반적으로 유상증자는 신주를 발표함으로써 주주의 지분을 희석하고 주주가치를 훼손시키는 악재로 여겨진다.

때문에 SK이노베이션의 주가는 한동안 상승이 제한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SK이노베이션 서산 배터리 공장. (사진=SK이노베이션)


◇ SK이노베이션, 재무상황·자금조달 한계로 유상증자 선택

유상증자(Seasoned Equity Offering: SEO)란 기업의 자금조달 방법 중 하나로 신주 발행으로 투자금을 받아 자본금을 증가시키는 행위이다.

기업은 사업 확장과 사업 투자, 채무 상환 등 다양한 이유로 자금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금 조달 방법 중 유상증자는 잘 활용하지 않는다.

 



연구에 의하면, 자금이 필요한 기업은 먼저 이익 잉여금으로, 그다음에는 자사주 매각, 회사채 발행, 대출 등의 부채를 주로 활용하고 마지막 최후의 수단으로만 유상증자와 같은 신주발행을 감행한다[1].

유상증자는 높은 신주발행 비용과 기존 주주들이 가진 지분율 하락을 야기하므로 기업에게 부담이다. 이 때문에 기업은 재정 적자가 클 경우만 유상증자를 고려하게 된다[1].

 



이에 SK이노베이션의 유상증자 발표는 기업의 재무 상황이 매우 나쁘고 자금조달에 한계가 왔으며 기존 주주들을 희생시켜서라도 자금 확보가 필요한 상황을 의미한다.

다수 문헌에서 유상증자는 기업의 평판과 주식가치를 하락시키며, 유상증자 발행 기업은 동 산업 및 동 규모의 매칭 기업보다 훨씬 저조한 성과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2,3].
 

최재원 SK온 수석부회장과 김준 SK이노베이션 부회장 (사진=SK)


◇ SK온에 허리 휘는 SK이노베이션, 점점 악화되는 재무구조

SK이노베이션의 재무상태는 악화된 것으로 평가받는다.

SK이노베이션은 글로벌 경기침체와 정유업계 불황 등으로 인해 실적이 하락하면서 작년 4분기에는 473억 원의 적자였다.

올해 1분기에는 영업이익 3750억 원을 달성했지만 지난해 동기와 견줘보면 77%(1조 2741억 원)나 급감한 상태다.

무엇보다 SK온에 대한 투자가 SK이노베이션의 재무를 악화시킨 주된 요인이라는 평판이다.

지난해 SK온은 외부 자금 유치가 어려워 SK이노베이션으로부터 2조원 대 유상증자를 지원받았다.

2021년 물적분할 이후 적자가 지속되었다. 올해 들어 배터리 사업이 3조 3000억 원대의 분기 최대 매출을 달성했으나 일회성 비용 증가로 최종적으로는 3447억 원의 손실을 입었다.

2차 전지 업계 후발주자인 SK온이 시장 내 입지를 다지기까지 상당한 투자가 필요하고, 올해만 6조 원 이상의 투자금이 필요하다는 전망이다.

즉, SK이노베이션이 자금을 총동원하고 급기야 유상증자까지 발행하여 SK온을 지원하려는 듯 보인다.
 

최태원(가운데) SK그룹 회장이 2019년 서산 배터리 공장을 찾아 배터리 셀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SK이노베이션)

 

◇ SK이노베이션 유상증자, 신사업·성장·발전 등 긍정 측면 없어

SK이노베이션은 유상증자로 조달된 자금을 배터리 연구개발 센터 등 시설확충과 수소·암모니아 등 신기술 확보를 위한 타 법인 증권 취득과 채무상환에 각 1/3정도의 비율(각 4000억 원 내외)로 사용한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SK이노베이션의 유상증자는 신사업과 성장 및 발전을 위한 것으로 생각된다.

어떤 목적이라도 유상증자는 주식 유동성을 저하시키고 주식 가치를 하락시키지만[4,5], 일부 연구에서는 신사업 투자를 위한 유상증자는 기업의 성장과 발전이라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고 보았다[6].

자금난에 유상증자 조달이라는 카드를 꺼냈을지라도 장기적으로 기업이 성장하고 더 큰 성과와 이익이 창출만 된다면 유상증자를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다만, 이를 SK이노베이션에 대입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서울종로구 SK 본사. (사진=연합뉴스)


◇ 쪼개기 상장 오명 벗어나질 못하는 SK온 상장 이슈

우선 유상증자가 긍정적으로 평가받기 위해서는 시장 피드백이 긍정적이어야 한다[7].

SK이노베이션의 경우 SK온 상장 이슈가 있다.

SK이노베이션이 상당한 금액을 투자하고 주주 모두가 각종 위험을 부담하면서 자회사 SK온을 성장시켰을 때, 일명 쪼개기 상장으로 SK온이 주식회사가 되면 SK이노베이션 주주들은 정당한 보상과 대가를 받지 못하게 된다.

앞서 유사한 사례로 LG에너지솔루션이 있었다.

우려와 불만에 SK이노베이션은 자사주를 공개매수 후, 이에 응한 주주에게 현금 대신 SK온 주식을 준다는 주주환원 강화 방안을 내놓기도 했다.

이는 SK온의 상장 그리고 상장가치가 SK이노베이션을 뛰어넘는다는 가정이 내포되어 있다.

향후 상장할 SK온의 지속적인 적자와 자금 지원은 SK이노베이션의 재정에 위기를 초래하고 이에 따른 현재 주주들의 손해와 가치 훼손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8,9].

 

김준 SK이노베이션 부회장이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San Jose)에서 열린 ‘SK이노베이션 글로벌 포럼’에 참석해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SK이노베이션)


◇ 유상증자 불만에 신주인수권까지 보장...효과는 ‘글쎄’

SK이노베이션의 대표이사인 김준 부회장은 이번 유상증자 발표와 관련해 긍정적 미래지향과 주주가치 보호 방안을 설명한 바 있다.

자산 효율화 등으로 안정적인 재무구조 확보에 노력하고 기존 주주들에게 신주인수권을 보장한다는 것이다.

신주인수권이란 주주가 가진 주식 수에 따라 향후 발행되는 신주를 배정받을 권리이다. SK이노베이션 기존 주주들이 유상증자 신주를 우선 매입할 수 있고 신주 매입가는 14만 3800원으로 예정되어 있다.

신주 금액은 유상증자가 발표된 6/23 종가(18만 2600원)와 비교해 22% 가량 낮아 기존 주주에게 이득이 되는 듯 보인다.

그러나 재무상태가 악화되었을 때만 나타나는 유상증자에 대한 시장 불안감이 크고 SK이노베이션의 주가 역시 회복하지 못하고 있기에 실제 기존 주주 이익은 미지수인 상태다.
 

최재원 SK온 수석부회장이 지난 4월 서울 종로구 SK온 관훈사옥에서 열린 임직원과의 타운홀 미팅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SK온)


◇ 재무 상태·성장 가능성 과장 대신 SK온 완전 자립 로드맵 절실

더욱이 연구에 따르면, 유상증자에 있어 기존 주주에게 이익을 주기 위한 행위들은 반대로 신주를 구매할 새로운 주주들의 희생과 이어지게 된다[5].

또한, 유상증자는 그 자체만으로 재무 위기상황을 의미한다. 이러한 위기와 유상증자의 부정적 효과를 감소시키기 위해 기업의 재무 상태와 성장 가능성을 긍정적으로 과장하는 측면이 있었다[10].

김준 부회장을 온전히 신용해 유상증자를 긍정적으로만 바라볼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른다.

SK이노베이션과 김준 부회장이 투자시장에 보여주어야 할 것 중 하나는 SK온의 완전한 자립이다.

또 SK온의 상장을 고려할 때, SK온은 SK이노베이션의 자금 의존을 더 줄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다시 말해 SK온은 SK이노베이션이 아닌 새로운 투자자를 확보하고 자금조달 방안과 확실한 영업이익을 보여주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SK이노베이션이 SK온에게 계속 자금수혈을 한다면 이로 인한 재정 위기와 주주가치 훼손은 돌이킬 수 없다[9].

출처
[1] Fama, E. F., & French, K. R. (2005). Financing decisions: who issues stock?. Journal of financial economics, 76(3), 549-582.
[2] Veld, C., Verwijmeren, P., & Zabolotnyuk, Y. (2020). Wealth effects of seasoned equity offerings: A meta‐analysis. International Review of Finance, 20(1), 77-131.
[3] Spiess, D. K., & Affleck-Graves, J. (1995). Underperformance in long-run stock returns following seasoned equity offerings. Journal of financial economics, 38(3), 243-267.
[4] He, Y., Wang, J., & Wei, K. J. (2014). A comprehensive study of liquidity before and after SEOs and SEO underpricing. Journal of Financial Markets, 20, 61– 78.
[5] Xiao, H., & Xi, J. (2021). The impact of COVID‐19 on seasoned equity offering: Evidence from China. Pacific Economic Review, 26(4), 539-572.
[6] Xiang, X. (2022). Corporate R&D spending, subsidies and stock market reactions to seasoned equity offering announcements: evidence from China. International Journal of Emerging Markets.
[7] Duca, E. (2016). Do investors learn from the past? Evidence from follow-on equity issues. Journal of Corporate Finance, 39, 36– 52.
[8] Canina, L. & Klein, T. (1998). Spin-offs in the Lodging Industry. Journal of HospitalityFinancial Management, 6 (1), pp. 1-19.
[9] Halai, T. (2015). Parent company influence on spin-off performance (Doctoraldissertation, [sn]).
[10] Shivakumar, L. (2000). Do firms mislead investors by overstating earnings before seasoned equity offerings?. Journal of accounting and economics, 29(3), 339-37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