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사회적 역할이 날로 확대되고 있다. 특히 평판은 기기업의 가치와 미래를 엿볼 수 있는 중요한 도구다. 기업과 CEO의 좋은 평판은 오랜 기간 체계적인 관리가 이뤄져야 하는 만큼 쉽지 않다. 반면 나쁜 평판은 한순간 기업의 이미지를 훼손하면서 그간 쌓아온 성과를 허물어버린다.
<알파경제>는 연중기획으로 이정민 평판체크연구소장과 함께 국내 기업과 CEO들의 다양한 이슈를 학술적 이론을 접목해 풀어내고자 한다. 이를 통해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기업과 CEO의 평판을 체크하는 동시에 해당 기업의 가치와 미래 등도 짚어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지난 10일 방시혁 의장이 이끄는 하이브는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엔터) 지분 인수 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창업자이자 최대주주인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 지분 14.8%를 주당 12만원, 약 4228억 원에 인수한다. 하이브는 또 공개매수를 통해 SM엔터 지분을 추가로 인수할 계획이다.
앞서 SM엔터는 경영권 갈등으로 혼란한 상태였던 것으로 전해진다. SM엔터를 있게 한 이수만 전 총괄은 인정받는 아티스트였다. 하지만 이 전 총괄은 상장기업의 경영자임에도 불구하고 횡령 등 사적이익을 우선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수만 SM엔터인먼트 대주주 (사진=SM) |
◇ 이수만, 21년간 1400억 챙겨..SM엔터와 갈등
특히 이 전 총괄 소유의 라이크기획은 지난 21년간 SM엔터에서 1400억 원 이상의 로열티를 받아 챙겨왔다. 이 같은 행위는 주주 권리의 심각한 침해였고 SM엔터는 이 전 총괄과의 계약을 해지하기에 이른다.
현 경영진 이성수와 탁영준 공동대표도 이수만 중심의 프로듀싱 체계를 비판하는 등 경영적 판단의 다른 길을 가기 시작했다. 그 결과 이성수와 탁영준은 이 전 총괄의 제왕적 지배를 벗어나기 위한 행보에 돌입한다.
가장 대표적인 사건이 지난 7일 카카오가 SM엔터 지분 9.05%(당시 약 2171억5200만 원)를 확보한 것이다. 하지만 이를 두고 SM엔터 경영진은 이 전 대표와 법적 공방 중이다.
법정공방은 결국 하이브의 지분 인수로 이어졌다. 하이브의 SM엔터 지분 인수는 이수만-하이브 vs. SM엔터 경영진-카카오의 대립 구도를 형성하기에 이른다.
SMTOWN (사진=SM) |
◇ SM엔터 구성원, 화학적 결합 거부 가능성 높아
일각에서는 SM엔터 경영권 쟁탈전에서 하이브가 유리한 고지를 차지한 것으로 분석했다. 분석대로 하이브가 SM엔터의 최대주주로 영향력을 행사한다면 거대 엔터기업 탄생이 예측된다.
타 기업 인수는 비즈니스에서 가장 선호되는 전략이다. 음악⋅예술인이 포함된 미디어 산업계 역시 그러하다. 특히 미디어 업계 내 기업 간 결합은 규모의 경제와 시너지 효과를 통해 더 큰 경제 효율성을 창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1].
그러나 실제 조사연구 결과 인수에 성공한 기업의 성과가 그다지 좋지 못했다. 그 이유는 피인수 기업이 인수 기업의 기대대로 움직이지 않기 때문이다[1,2]
조금 더 들여다보면 인수 기업은 성과를 내기 위해 피인수 기업 조직을 지배하고 영향력을 행사하고자 한다. 인력과 업무를 재편성하고 새로운 기획·환경에 적응토록 유도한다. 이때 피인수 기업의 직원은 혼란과 부적응을 경험하고 의욕과 성과가 저하되는 경우가 많다.
다시 돌아와서 SM엔터는 경영권 갈등으로 조직 내부가 와해된 상태로 보인다. 조직 내 불화와 편 가르기 등으로 새로운 경영 환경에 적응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또한 이 전 총괄이라는 강력한 리더십이 존재했었다. 하지만 인수합병으로 SM엔터 내 강력한 리더십이 갑자기 사라지면서 조직적 혼란을 경험할 가능성이 높다.
더욱이 SM엔터 이 전 총괄과 대립했던 기존 경영진과 직원 등 하이브의 인수를 반대하고 방시혁 의장의 영향력을 거부할 가능성이 존재한다.
방탄소년단, 소녀시대, 뉴진스 (사진=빅히트, SM, 어도어) |
◇ 하이브+SM엔터, 거대 엔터기업 탄생..아티스트, 상품 도구화 불가피
이성수와 탁영준 공동대표 등 SM엔터 주요 경영진과 직원들이 원하는 바는 소속 음악⋅예술인이 정당한 대우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지만 엔터기업이 거대해질수록 예술인(아티스트)은 창조적 표현력이 제한되고 상품으로서 취급된다. 이는 SM엔터와 하이브의 결합 시 발생할 고충은 더 커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이브가 의도대로 SM엔터와 결합, 최대주주로 지배력을 가지면 국내 엔터미디어의 거대 주식회사가 탄생하게 된다. 이 거대 엔터기업은 영업 이익과 주주가치 향상을 위해 글로벌 상업 미디어 시스템에 따를 수밖에 없다.
글로벌 상업 미디어 시스템이란 글로벌 시장의 대의를 발전시키고 상업적 가치를 증진하는 시스템이다. 기업이 최고의 생산성과 효율성을 추구한다는 의미이다[3,4].
이에 따라, 엔터기업은 종사자인 예술인을 소득 창출 상품으로 보고 흥행 결과만으로 평가하게 된다. 과도한 경쟁 평가 시스템을 도입하고 이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 음악⋅예술은 폄하한다[3.5].
강타, 보아, 동방신기, 슈퍼주니어, 소녀시대, 에스파 등 SM 소속 아티스트 들 (사진=SM) |
◇ 하이브+SM엔터, 소속 예술인과 종사자 착취구조 고착화 가능
다시 말해 인수합병의 성공은 소속 예술인들의 고충이 더 커지는 구조이다. 이는 가수나 연기자 같은 공연자뿐만 아니라 프로듀서와 기술 운영자 등 엔터기업 종사자 예술인 전체에 해당한다.
예술인의 고용 시장과 업무 영역은 좁고 폐쇄적이다. 또한, 업계에서 발판을 마련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무보수 혹은 매우 낮은 임금으로 업무를 수행하는 악습이 있다[6,7].
실태조사 연구에서 예술가의 3분의 1이 흥행 실패로 고용이 중단되는 실직 상태를 경험했다. 이들 중 과반 이상은 실직상태라도 휴식이 아닌 추가 작업 활동 혹은 보완 활동을 하고 있어 업무는 하되 보수가 없는 상태이기도 했다[8].
엔터기업은 단지 업무를 주는 대가로 예술인의 재능에 순위를 매기고 예술인을 지배할 수 있게 된다[9]. 고용된 예술인의 창조 결과는 기업의 소유이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흥행의 주인공은 공연자와 최고 기획자 등 일부가 누리게 되고 관련 종사 예술인들은 맡은 업무를 한 것이고, 흥행하지 못했다면 고용이 해지될 뿐이다.
전통적으로 엔터기업들은 고용관계의 우위를 이용해서 이익을 남기곤 했다. 예술인들은 높은 수준의 성과 요구와 업무과중, 비정규 근무시간, 경력 이동성 부족, 심각한 스트레스, 낮은 보수 불만을 호소해왔다[10].
근무환경 역시 매우 열악하고 폐쇄적이다. 업무 시간 및 강도에 비교해 실 급여가 매우 낮은 수준이고 어떤 업무 지원도 없다. 오히려 경쟁적이고 부정적인 해로운 조직 문화가 있을 뿐이다. 조직원 간 무시나 괴롭힘, 성적 윤리문제, 차별 등이 자주 나타난다[5].
방탄소년단, TXT, 나나, 황민현 (사진=하이브) |
◇ 하이브+SM엔터, 근로조건과 복지, 조직문화 개선 필요
엔터기업이 거대해질수록 예술인을 마치 노예로 부리는 듯 한 지배경영이 더 심화될 가능성이 존재한다.
거대 엔터기업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 문화를 봉쇄하고 창의성을 통제한다. 내부 조직은 더 폐쇄적이고 조직원에 대한 기업 지배력이 강화된다[11]. 조직 내에는 권력자와 파벌이 존재하게 되고, 성과 보상은 일부에게만 제공되는 듯 보인다.
SM엔터 현 경영진과 직원들의 불만은 이수만 전 총괄에게 명성과 보상이 집중됐다는 점에서 기인한다. 선행연구로 소개한 전통적인 엔터기업의 문제와 거대 엔터기업의 우려는 일부 예술인에 과실이 집중되는 문제에서 나타났다.
따라서 SM엔터 전체 예술인과 종사자들은 고용조건과 근무환경에 대한 개선책이 없으면 인수기업 하이브에 큰 불만을 가질 수 있다. 때문에 하이브가 SM엔터 인수 성과를 얻기 위해서는 현재 대립하는 SM엔터 경영진과 직원들에 대한 이해가 요구된다.
하이브가 거대 엔터기업의 비난에서 벗어나면서 성공적인 인수합병을 위해 피인수되는 SM엔터 예술인들에 대한 근로조건 상승과 복지, 조직 문화 개선 등을 최우선적으로 시행할 필요가 있다.
출처
[1] Peltier, S. (2004). Mergers and acquisitions in the media industries: were failures really unforeseeable?. Journal of Media Economics, 17(4), 261-278.
[2] Perry, J. S., & Herd, T. J. (2004). Reducing M&A risk through improved due diligence. Strategy & leadership, 32(2), 12-19.
[3] McChesney, R. W. (2000). The global media giants. Critical studies in media commercialism, 59-70.
[4] Birkinbine, B. J., Gómez, R., & Wasko, J. (Eds.). (2016). Global media giants. New York: Routledge.]
[5] Van den Eynde, J., Fisher, A., & Sonn, C. (2016). Working in the Australian entertainment industry.
[6]Hesmondhalgh, D., & Baker, S. (2010). ‘A very complicated version of freedom’: Conditions and experiences of creative labour in three cultural industries. Poetics, 38(1), 4-20.
[7] Percival, N., & Hesmondhalgh, D. (2014). Unpaid work in the UK television and film industries: Resistance and changing attitudes. European Journal of Communication, 29(2), 188-203.
[8] Throsby, D., & Zednik, A. (2011). Multiple job-holding and artistic careers: some empirical evidence. Cultural trends, 20(1), 9-24.
[9] Caves, R. E. (2006). Organization of arts and entertainment industries. Handbook of the Economics of Art and Culture, 1, 533-566.
[10] Willis, G., & Cooper C. L. (1988). Pressure sensitive, popular musicians under stress. Bristol: Sage.
[11] Bishop, J. (2005). Building international empires of sound: concentrations of power and property in the “global” music market. Popular Music and Society, 28(4), 443-4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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