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ports/기업평판분석

[평판58] 유한양행 ‘회장직제’ 28년만 도입…지배구조 투명성 유지해야

2024. 4. 4. 15:13

오너 회장 or 총수 통솔, 기업가치 증대 결과도
전문경영인 체제, 인센티브 문제 등 부정적 측면도
“회장직제 성공 위해 지배구조의 투명성을 유지해야”

 

기업의 사회적 역할이 날로 확대되고 있다. 특히 평판은 기업의 가치와 미래를 엿볼 수 있는 중요한 도구다. 기업과 CEO의 좋은 평판은 오랜 기간 체계적인 관리가 이뤄져야 하는 만큼 쉽지 않다. 반면 나쁜 평판은 한순간 기업의 이미지를 훼손하면서 그간 쌓아온 성과를 허물어버린다.

<알파경제>는 연중기획으로 이정민 평판체크연구소장과 함께 국내 기업과 CEO들의 다양한 이슈를 학술적 이론을 접목해 풀어내고자 한다. 이를 통해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기업과 CEO의 평판을 체크하는 동시에 해당 기업의 가치와 미래 등도 짚어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사진=연합뉴스)

 

[알파경제=이정민 평판연구소장·김종효 기자] 지난 3월 15일 유한양행이 주주총회에서 95% 찬성으로 회장직 신설 안건을 상정했다.


유한양행이 글로벌 제약사로 도약하기 위해 직급을 유연화한 것이었다. 유한양행은 창업주 고(故) 유일한 박사의 기업가치에 따라 소유와 경영을 분리한 전문경영인 체제를 유지해왔다.

지난 1962년 창립 이후 회장을 지낸 인물은 창업주 유 박사와 연만희 전 고문이 유일하다.

전통적 조직문화에 반하는 회장직제는 유한양행 창업주의에 반하고 지배구조가 훼손될 것이란 우려를 낳고 있다.

과거 문헌에서는 소유와 경영을 분리하는 기업 방침이 중요시 되고 있었다. 오너 경영진은 기업 및 사회 목표와 상충되는 사적 이익을 추구할 수 있고, 과도한 보수와 특전, 직위 무임승차와 같은 자기충족적 행위로 경영 성과와 주주 가치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1].

국내의 경우, 재벌 오너가의 사익추구를 위한 비윤리적 행위, 배임 및 횡령과 같은 범죄 사례들이 널리 알려져 있다[2].

오너 경영진의 터널링(사익편취)을 예방하고 기업의 투명성과 윤리성을 보장하기 위해 소유와 경영의 분리를 중요시 하게 된 것이었다.

이를 창업주의로 여긴 유한양행은 창업주 유 박사의 손녀인 유한학원 유일링 이사가 관여하는 유한재단이 최대주주로써 전문경영진을 견제하며 균형 있게 운영하고 있었다.  

(사진=연합뉴스)


◇ 오너 회장 or 총수 통솔, 기업가치 증대 결과도

그러나 최근 연구에서는 오너 회장 혹은 총수가 통솔하는 기업의 성과가 더 우수하다는 결과가 나오고 있다.

소유와 경영이 일치해 오너십을 가지는 경영진은 개인의 이익을 기업의 이익과 동일시해 더 열정적으로 성과와 성장을 이끄는 것으로 나타났다[1].

오너 경영진들은 강한 권력을 바탕으로 인수합병, 확장, 투자 등의 주요한 의사결정과 전략 방침을 신속하게 진행시켰다[3].

이를 통해, 더 빠르고 높은 수익 성장을 이루고 기업 가치를 증대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4,5].

게다가, 오너 경영진들은 국제화와 같은 중장기적 목표와 성과에 탁월하다. 경험적 연구 결과에서 오너 CEO 기업은 전문 CEO 기업과 비교해 더 높은 수준의 국제화 성과를 보였고 실적도 우수하였다[3].

전문 경영진은 임기제한으로 인해 단기 성과 및 목표에 더 집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CEO의 재임 기간은 기업 실적과 밀접한 관계가 있어서, CEO의 재임 기간을 특정하고 과도히 감시하면 실적 향상이 어려운 측면이 있다[6].

유한양행은 CEO가 3년 재임하고 최대 연임 1회만 가능해 최대 6년 동안만 경영이 가능한 구조였다.

과거 유한양행은 CEO의 신속한 리드, 중장기적 목표 및 국제화 추구 등이 제한되었을 가능성이 있겠다.

 

(사진=연합뉴스)

 

◇ 전문경영인 체제, 인센티브 문제 등 부정적 측면도

게다가 전문경영인들의 문제들도 발견됐다.

전문경영인 체제는 유한양행과 같이 기업의 대다수 소유권을 가진 최대주주가 경영진을 감시 및 감독해 기업을 투명하고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구조이다.

그러나 최대주주의 감시와 지배권이 경영진을 통제하고 활동을 억제해 경영에 부적절한 경우들이 발견됐다[7].

연구에서 나온 대표적 사례는 임직원 성과 평가와 보수, 인센티브 문제, 경영 퇴출 등이 있다.

업계 동향상 외부 인재 수용과 높은 보수를 통한 성과 창출, 경영진 재량 강화 등이 기업 혁신 및 성장에 필요한데, 최대주주는 이러한 필요 요소들을 이해하지 못하거나 의견 대립을 가질 수 있다.

최대주주와 경영진 간의 의견 차이나 갈등은 경영 억제가 되어 실제 경영 성과를 후퇴하게 만든다[8].

또한, 일부 사례에서는 지배주주가 사적이익을 위해 경영진과 조종해 비윤리적 행위를 하는 경우도 있었다[7].

 

(사진=연합뉴스)


◇ “회장직제 성공 위해 지배구조의 투명성을 유지해야”

연구들을 종합해 볼 때, 유한양행의 성장과 글로벌 도약에는 회장직제가 유의할 것으로 사료된다.

회장직제에서 중요한 것은 소유권이다. 소유권 즉, CEO의 지배력과 권한이 높을수록 기업 재무성과가 높고 목표 달성에 긍정적이다[3,4].

유한양행 역시 빠른 의사결정, 중장기적 목표 및 국제화 추진을 위해 회장이 소유⋅지배권을 강화해 충분한 권력과 힘을 가질 필요가 있다.

다만, 오너 경영진의 탄생은 기업의 사유화, 가족 경영과 자녀 승계로 이어진다[9].

관련 유한양행에서 특정인의 사유화 의혹이 있는데, 상황상 납득이 된다. 유한양행 일부 임직원들은 오너 없는 기업을 차지하기 위한 특정 세력을 주장하며 트럭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유한양행이 회장직제를 성공하기 위해서는 지배구조의 투명성을 유지하고 이를 증명할 필요가 있겠다.

사유화 의혹이 있는 바, 오너 경영진인 회장이 소유⋅지배권 확장에 몰입되지 않은 채, 뛰어난 역량과 리더십을 먼저 보여줄 필요가 있겠다.

회장을 감시할 수 있는 이사회 구성도 중요할 것으로 사료된다.

 


출처
[1] Kim, Y., & Gao, F. Y. (2013). Does family involvement increase business performance? Family-longevity goals’ moderating role in Chinese family firms. Journal of Business Research, 66(2), 265-274.
[2] S. H. Lee. (2021). Current status of crimes such as breach of trust and embezzlement by conglomerate families and professional managers, as well as criminal punishment and employment restrictions. Economic Reform Research Institute Issues & Analysis, 1-21.
[3] Chittoor, R., Aulakh, P. S., & Ray, S. (2019). Microfoundations of firm internationalization: The owner CEO effect. Global Strategy Journal, 9(1), 42-65.
[4] Amedu, S., & Dulewicz, V. (2018). The relationship between CEO personal power, CEO competencies, and company performance. Journal of General Management, 43(4), 188-198.
[5] Chu, W. (2011). Family ownership and firm performance: Influence of family management, family control, and firm size. Asia Pacific Journal of Management, 28, 833-851.
[6] Dikolli, S. S., Mayew, W. J., & Nanda, D. (2014). CEO tenure and the performance-turnover relation. Review of accounting studies, 19, 281-327.
[7] Zhang, M., Gao, S., Guan, X., & Jiang, F. (2014). Controlling Shareholder‐Manager Collusion and Tunneling: Evidence from C hina. Corporate Governance: An International Review, 22(6), 440-459.
[8] Zhao, J., Xu, Q., & Zhang, H. (2020, November). The Problems and Solutions of the Professional Manager System of State-Owned Enterprises. In 2020 2nd International Conference on Economic Management and Cultural Industry (ICEMCI 2020) (pp. 327-330). Atlantis Press.
[9] Lee, J. (2006). Family firm performance: Further evidence. Family business review, 19(2), 103-114.

 

알파경제 김종효 기자(kei1000@alphabiz.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