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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 은행 성과지표에 ELS 판매실적 반영...ELS 판매 부추겼나

2024. 3. 4. 14:11
(사진=연합뉴스)

 

[알파경제=여세린 기자] 금융당국이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와 관련해 은행의 성과지표가 판매를 무리하게 부추겼다면 포괄적으로 감안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가운데, 실제로 은행들이 ELS 판매 실적을 성과지표에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최종윤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으로부터 제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시중은행 모두 홍콩 ELS를 포함한 투자상품 판매 실적을 핵심성과지표인 KPI에 반영하고 있었다.

 

◇ KPI 배점을 반영 비율로 은행별로 차이 커

 

하나은행은 지난 2022년 하반기 ELS 판매와 관련 KPI에 최대 30점까지 배점했다.


지난해에는 배점 10점으로 줄었지만 ELS 판매 실적이 핵심성과지표에 지속적으로 반영된 것으로 나타났다.


농협은행은 비이자 관련 상품을 통합하여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KPI 배점 30점으로 평가했다.

 

우리은행은 2021년 하반기부터 2022년 상반기까지 자산관리상품 지표로 50점을 배점했고 지난해에는 30점을 배점했다.


KPI 배점을 반영 비율로 살펴보면 한자릿수에 불과했지만 은행별로는 차이가 컸다.


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은 2021년 상반기 KPI 총점의 절반에 해당하는 항목에 홍콩 ELS 판매 실적이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준 것으로 나타났다.


신한은행의 KPI 반영 비율은 2021년 상반기 48%에 달했다.


이어 하반기 44%, 2022년 상반기 33%, 하반기 31%, 2023년 상반기 25%, 하반기 24%로 집계되며 줄여온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국민은행의 경우, 2021년 47%를 기록한 후 소폭 움직임이 있었지만 지난해 하반기 반영 비중은39%로 비슷한 수준을 유지한 것으로 조사됐다.

 

◇ 홍콩 ELS 판매량, 작년 연말 기준 15조9000억원  


이러한 성과지표는 홍콩 ELS 판매량에 고스란히 반영됐다.


금융감독원이 파악한 은행권 H지수 ELS 판매 잔액은 지난해 말 기준 15조9천억 원이다.


이 중 국민은행의 판매 잔액은 8조1200억 원에 이른다.


이어 신한 2조3600억 원, 하나 2조700억 원, 농협 2조600억 원, 우리은행 400억 원 순으로 집계됐다.


최종윤 의원은 “홍콩 ELS 사태의 근본적인 원인 중 하나인 실적 중심의 은행권 핵심성과지표 KPI로 인해 리스크 관리에 실패한 점이 있다”면서 “금융당국은 KPI 적정성 점검을 하고 적절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금융당국은 홍콩 H지수 변동성 확대에도 은행권에서 KPI와 연동해 ELS 판매를 지속하면서 피해를 키웠다고 보고 있다.


이에 대해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KPI 설정 문제 등을 포함해 다양한 것들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홍콩 H지수 ELS 불완전판매 사태와 관련한 금융당국의 배상안 기준은 이르면 다음 주 공개된다.

 

알파경제 여세린 기자(selinyo@alphabiz.co.kr)